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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1 15:49 수정 : 2019.08.28 16:20

더(the) 친절한 기자들
중소기업 숙원사업 ‘12인치 공정 테스트베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납품에 필요
나노팹 등은 설비 낙후돼 있고 6·8인치만 지원
“미국·유럽처럼 자체 종합연구소 갖추자”
수조원대 예산은 난관…정부, 대책 마련 고심

정부의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중소기업들이 한 가지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기술을 수시로 평가할 수 있도록 공용 반도체 연구시설(반도체종합연구소·테스트베드)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입니다. 최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테스트베드 센터를 비롯한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실화가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국내에 반도체종합연구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05년 지은 대전(실리콘 반도체)·수원(화합물 반도체)·대구(신소재) 등 반도체 관련 6개 나노팹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충북테크노파크까지 중소기업 성능평가를 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전국에 10곳 이상 있습니다.

문제는 장비가 노후화된데다 서로 다른 종류의 연구시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활용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1988년 문을 연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장비가 낡았고 대학생·대학원생들의 실험연구소로 쓰이고 있어 기업들에 수시로 장비를 빌려주기 어렵습니다. 에트리는 6인치(150㎜), 나노팹은 8인치(200㎜) 공정 장비를 주로 제공하고 대기업이 쓰는 12인치(300㎜) 공정 장비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일부 12인치 장비를 충북테크노파크가 갖추고는 있지만 후공정에 한해 사용됩니다. 중소기업들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인텔 등 국내외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최대한 비슷한 생산 환경을 만들어 자사 제품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럴 곳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용 시스템 반도체가 부상하면서 8인치 설비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사 상당수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입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필요한 설비를 자체적으로 사 들이거나 고객처에 평가를 부탁하는 형편입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공정을 단위별로 잘라 인근 대학 연구소에 요청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도 매번 고객사에 평가를 받기 어려워 최근 수백억원대 장비를 직접 구매했다고 합니다.

나노팹 관계자는 “연구 설비를 8인치에서 12인치로 올리려면 수십억원이 드는데 이런 대규모 자금을 개별 기관이 댈 수는 없다”며 “결국은 정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난 10년 간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 양산라인 일부를 성능평가에 활용하겠다고 나섰지만 1년에 한 차례에 불과한데다 협력사 교체를 꺼리는 대기업들의 보수적인 태도로 실제 수혜를 입는 기업은 적습니다.

업계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반도체 연구소 설비를 한데 모아 반도체종합기술연구소를 짓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인치·8인치·12인치 전·후공정 설비도 골고루 갖추고 화합물과 실리콘 반도체용 평가 작업도 마련하자는 겁니다. 연구개발(R&D) 예산을 무작정 지원하는 것보다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시설을 갖추면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나 미국 뉴욕 알바니 컨소시엄처럼 국외 기업들에 돈을 받고 평가업무를 대행해 줄 수도 있다고 홍보합니다.

문제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든다는 점입니다. 업계가 요구한 대로 대규모 시설에 반도체 공정을 종류별로 갖추려면 수조원대 예산이 필요합니다. 최근 일본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PR)의 경우 평가용 노광장비 하나를 들이는 데 2천억원이 듭니다. 자금력이 좋다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도 구매를 망설이는 수준이지요. 최근 에트리가 화합물 반도체 전문가와 실리콘 반도체 전문가를 동원해 노광장비용 소재 평가 키트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지만 당장 현장에 사용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초 밝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예산은 2020년부터 매년 1조원입니다.

정부는 나노팹에 12인치 반도체 설비를 추가로 갖추는 방법에서부터 신규 시설을 건축하는 방안까지 중소기업 장비 지원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 종합대책은 일본 각의(국무회의)가 열리는 내달 2일 이후 발표될 예정입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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