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이 GIO는 한국기업 ‘역차별’ 문제를 크게 쟁점화 시켰다. 강창광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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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2016년 통신사 ‘비용 회수’ 위해 개정된
상호접속고시에 CP들 “망이용료 부담”
망 이용료 ‘역차별’ 논란 심화되자
방통위 ‘가이드라인’ 제정 추진에도
CP들 “통신사들에 망 더 사라는 꼴”
우리는 유·무선 인터넷으로 유튜브·넷플릭스를 보며, 네이버·카카오TV를 본다.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리고, 카카오톡으로 영상통화도 하며 인터넷 뉴스도 읽는다. 그 대가로 가입한 통신사(ISP·인터넷서비스공급자)에 통신요금을 낸다. 그렇다면 이용자가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기업(CP)은 어떨까? CP 역시 콘텐츠가 저장된 서버를 인터넷망에 연결해야 하니 ‘통신요금’(망 이용료)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통신사 요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통신망을 깔아뒀더니, CP들이 무임승차해 이익을 가져간다.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망 사업 투자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CP 쪽은 “최종 이용자에게 통신요금을 받으면서 무슨 소리냐. 콘텐츠가 없다면 이용자가 인터넷을 많이 쓸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맞받는다.
2017년 네이버 “구글, 망 이용료 적다”
CP가 자신의 콘텐츠를 인터넷망에 보내주는 대가로 통신사에 내는 비용(전용회선료·데이터센터 입주비 등)을 ‘망 이용료’라 한다.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통신·콘텐츠 업계에 큰 화두가 되고 있다. CP들은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CP’,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왓차플레이 등 ‘국내 중소 CP’로 나뉘는데, 이 망 이용료를 두고 갑질-역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CP와 국내 CP 사이의 ‘역차별 논란’은 2017년 국회 국정감사를 즈음해 크게 쟁점이 됐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증인으로 나온 이후 “네이버는 한국 통신사들에 매년 수백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지만 구글은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며 구글을 공격했다. 구글처럼 서버가 한국에 없는 글로벌 CP들은 대부분 한국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서비스한다. 캐시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서버로, 이용자가 특정 정보를 요청했을 때 굳이 외국에 있는 서버까지 가지 않아도 돼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글로벌 CP들이 통신사에 내는 비용이 국내 CP들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CP든 글로벌 CP든 각각 통신사에 내는 망 이용료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포털과 게임사 등 국내 대형 CP들은 연 수백억원을 낸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연구용역 ‘인터넷 전용회선 및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요금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 연구’와 ‘2018년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 결과 보고서’에 나온 통신사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통신사들은 “글로벌 CP가 우월적 협상 지위와 통신사의 국제망 비용 절감 효과를 이용해 망 이용료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며 “글로벌 CP의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글로벌 CP가 갑이라, 망 이용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는 소리다. 글로벌 CP도 할 얘기는 있다. “우리는 자체 광케이블로 아시아권까지 트래픽을 직접 가져온다. 국내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해외 망 비용을 우리가 대신 부담한다. 이게 어떻게 갑질이냐. 서로 ‘윈윈’인 계약이다.”
국내 CP들은 통신사들이 글로벌 CP에 견줘 자신들에게 많은 이용료를 받는 현실을 ‘역차별’이라고 문제 삼는다. 국내 대형 CP 관계자는 “글로벌 CP들이 내지 않는 망 이용료를 (우리가) 부담하기 때문에 콘텐츠 원가가 올라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동영상 서비스의 ‘화질’이다. 넷플릭스·유튜브 같은 글로벌 CP의 콘텐츠는 4K(초고화질)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됐다. 그러나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CP들은 통신사에 내는 망 이용료 부담 때문에 화질이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동등 계위 무정산’ 원칙 깬 상호접속고시
스타트업 같은 중소 CP들은 글로벌 CP나 국내 대형 CP에 견줘 협상력이 떨어지는 탓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자체 서버를 두지 않고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의 우산 아래 숨는 모양새다. AWS는 통신사에서 인터넷 전용회선을 대량 구매한 뒤, 자신들의 서비스를 산 CP들에게 나눠 파는 형식으로 사업을 한다. 상생발전협의회 보고서를 보면, 한 중소 CP는 “망 이용료가 너무 비싸서 부득이하게 AWS를 사용하며 협상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다른 중소 CP도 “대형 CP는 협상력이 커서 할인된 비용을 내지만, 중소 CP는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도 비밀유지 계약으로 가격 조건이 (정확히) 공개가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CP들의 처지는 제각각 다르지만, 망 이용료 문제의 원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상호접속고시) 때문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만은 한목소리다. 상호접속고시는 다른 사업자나 서비스의 통신망을 서로 접속시킬 때, 접속할 수 있는 기준과 접속대가 기준을 정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유선·이동 전화의 경우 SK텔레콤 이용자가 KT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면, 양쪽 통신사의 통신망을 모두 쓰지만, 통신요금은 SK텔레콤 이용자만 낸다. 해당 통화의 요금을 받은 SK텔레콤은 나중에 KT에 이용자에게 받은 통신요금의 일부를 정산해준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도 이용자가 가입한 망과 콘텐츠가 저장된 서버와 연결된 망을 모두 쓰게 된다. 비용은 어떻게 정산돼야 할까? 대부분 국가에선 통신망 구축 규모가 비슷한 통신사의 경우 서로 주고받은 트래픽 양을 따지지 않고 대가를 정산하지 않는다. 규모가 비슷하면 어차피 주고받는 양이 비슷하기에 대금을 정산해봐야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동등 계위 무정산’ 원칙이 유지됐으나,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같은 계위의 통신사도 발생한 트래픽 양에 따라 비용을 정산해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5G 상용화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5G 망 투자 비용 등을 이유로 콘텐츠기업의 ‘비용 분담’을 강조한다. 김정효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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