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3 16:48
수정 : 2019.06.13 18:40
13일 설명자료 내어 이통사만 조목조목 편들기
“‘우리’는 요금 낮은 편…망도 열심히 구축 중”
초기 단계 5G에 요금 다 낸 소비자 안중 없어
이통사가 해명해야 할 문제까지 대리 설명
시민사회계 “누구 위한 정부인지 생각하라”
‘5세대(5G) 통신망 세계 최초’ 타이틀 때문에 이동통신사·스마트폰 제조사와 손 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번엔 이동통신사 대변인으로 나섰다. 5G 기지국 구축 속도를 치켜세우고 제품 개발 현황을 브리핑하는 등 소비자는 배제하고 철저히 업계 편에 선 정부 태도에 시민사회는 “누굴 위한 정부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3일 설명자료를 내어 “이통3사가 5G 서비스 개시 3개월 만에 정부가 제시한 2021년 기준(총 6만7500국)에 육박했다며 “앞으로도 가입자 확대에 맞춰 연말까지 85개 시·동 단위 주요지역에 기지국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12일 <한겨레>가
“이통 3사 기지국 총량 6만여 국은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45만국의 13% 수준”이라고 지적하자 이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통3사 망 구축 속도를 정부가 대신 홍보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시 정부가 밝힌 기준 구축 수는 업계에서 봐도 관대한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롱텀에볼루션(LTE) 주요 주파수 기지국 구축 현황을 참고해 5G 기지국 구축 총량 기준을 각 통신사별 15만국으로 추산한 뒤 최소 2021년까지 15%, 2023년까지 30%를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2년마다 15%씩 늘어 2031년에야 5G 기지국이 기준 구축 수의 90%를 충족하는 셈이어서, 이통사가 이를 완료했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홍보할 수준은 아니었다. 정부는 12일 기지국 구축 현황을 공개할 때도 ‘이통사 영업비밀’이라며 각사별로 나눠 공개하지 않고 총 합계만을 공개했다.
정부는 부정확한 정보로도 이통사를 변호했다. 과기부는 “통신 3사 모두 실내용 중계기 개발을 완료했고 지난 4월 상용화 시점부터 강변테크노마트, 홍대 등 일부지역에 설치하여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통3사 개발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통사가 일부 지역에 설치한 중계기는 아직 시범테스트 중이어서 상용화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이통사가 대형인구밀집지역에 넣기로 한 설비는 대부분 소형 기지국장비이며, 구석진 곳까지 신호를 보내는 중계기는 시범테스트를 끝낸 뒤에야 전국 곳곳에 배포·설치할 수 있다.
정부는 현행 5G 요금제도 비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국외 통신사들이 5G 서비스에 엘티이 요금만 받는다지만 모두 10만원 내외이고 우리는 5만5천원부터 다양한 (요금) 구간이 존재한다”며 “중국은 상용이 아닌 시범서비스를 하는 중이므로 우리와 단순 비교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시각은 다르다. 한국은 ‘시범’이 아닌 ‘상용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기지국 수는 엘티이 전체 기지국 수와 견줘 10%대 수준이다. 이미 망 구축이 완료된 엘티이 요금과 엇비슷하게 받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5G요금이 데이터 단위당 엘티이보다 30∼40% 저렴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시민사회계는 5G 속도가 엘티이보다 빠르기 때문에 원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중고가 요금제부터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과기정통부가 무리하게 ‘이통사 대변인’으로 나선 건 5G를 조기 개통한 책임 탓으로 보인다. 올초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잡겠다며 정부가 나서서 5G 개통을 재촉하고 요금제를 인가했기 때문에 5G 서비스 사용 불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기간사업자인 이통사가 공공성을 제대로 지키는지, 소비자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는지 감독하는 게 정부 역할 아니냐”며 “비싼 돈 주고 엘티이우선모드 쓰는 5G 가입자들이 100만명이나 되는 시점에 정부가 ‘우리’ 운운하며 이통사 편만 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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