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7 11:17
수정 : 2019.05.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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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상가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씽씽’ 관계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동킥보드의 위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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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용자 찾기 쉬운 곳에 주차해야 하지만
아파트 건물 안에 두거나 일부러 숨겨두고
성남 서비스지역 벗어나 여의도까지 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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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상가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씽씽’ 관계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동킥보드의 위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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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조용히 해보세요. 지금 소리 들리지 않아요? 분명히 여기인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잠원동의 주택가. 트럭에서 내린 남성 둘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빌라 입구를 기웃거리고, 작은 공원 풀숲을 헤치는가 하면, 공영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PUMP) 운영팀 직원들이다. 이들이 찾는 것은 배터리가 방전된 채 며칠째 사용되지 않고 자취를 감춘 전동킥보드였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에서 기기 관리와 효율적인 배치는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이에 운영팀 직원들은 문제가 있는 전동킥보드를 ‘낮밤으로’ 찾아다닌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지피에스(GPS)가 탑재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통제된다. 운영팀 직원들은 낮에는 배터리가 떨어진 기기를 찾아 현장에서 교체하고, 안전에 이상이 있는 기기를 찾아 수거한다. 밤에는 서비스 지역 밖에 있거나 며칠째 사용이 안 되는 기기를 찾아 수거해 온다. 수거 뒤 정비를 마친 기기들은 이용자들이 많은 곳에 재배치된다.
이용자들은 보통 기기를 밖에 세워두지만 종종 실내나 지하 또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세워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땐 찾는 데 애를 먹는다. 그래서 원격으로 기기에 소리나 불빛을 내게 하고 때론 ‘감’까지 동원해 찾는다. 씽씽은 이용을 마치면 다음 이용자가 잘 찾을 수 있도록 반납한 위치 사진을 찍어 올리게 해두었지만, 의미 없는 사진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 주택가에서 소식이 끊긴 한 대는 결국 못 찾았고, 다른 한 대는 상가 건물 4층에서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찾아냈다. 씽씽 관계자는 “퇴근길에 타고 집에 갔다가 다음날 또 타시려는 분들이 (외부가 아닌) 아파트 현관문 앞에 기기를 세워둘 때가 있다”며 “그럴 땐 아파트 꼭대기에서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오며 찾는다”고 말했다. 지피에스로는 높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는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입주민들이 주로 지하로 이동하고 전동킥보드 역시 지하에 세워두는 경우도 많아 한번 들어가면 찾기 힘들어서다. 그는 “경비원들 가운데 가끔 주민 물건을 훔쳐가는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그럼 그때부터 이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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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주택가의 한 공원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씽씽’ 관계자가 전동킥보드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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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지역이 아닌 곳까지 타고 가는 이용자들도 업체들한텐 고민거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전기자전거 ‘티바이크’의 경우 서비스 지역이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시 연수구인데, 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노원구까지 가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전동킥보드 서비스 ‘지쿠터’는 서비스 지역 밖에 기기를 반납하면 5000원의 회수비용을 물리고,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면 속도를 떨어뜨린다. 또 이용 습관에 따라 ‘신용점수’를 매겨 관리한다. ‘디어’는 지정 지역에 반납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전동킥보드를 사유화하려는 이용자들도 서비스 운영에 애를 먹이는 케이스다. 기기에 자물쇠를 채워놓거나, 찾을 수 없게 숨겨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티바이크’의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공유자전거의 특성상 스마트록을 비롯해 전원장치가 복잡해 사유화해도 사용이 쉽지 않다”며 “혹시라도 그냥 가져가려는 분들이 있다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거치대를 찾아 헤매는 불편함을 줄이고 목적지에 최대한 근접해 이동할 수 있도록 거치대 없는 서비스를 내놓은 만큼 주인의식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악성 이용자’ 비율은 전체 이용자의 1%도 안된다고 씽씽 쪽은 말한다. 그러나, 이 1% 때문에 운영상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공유경제 시대에 이런 시민의식은 업체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손실이기도 하다. 중국에선 공유 자전거를 험하게 쓰고, 이를 방치해두는 이들이 많아 ‘자전거 무덤’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씽씽 관계자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시장이 형성된 지가 얼마 안 돼, 운영에서 참고할 만한 모범답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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