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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06:00 수정 : 2019.04.30 07:25

글로벌 선두 거래소들 사업 다각화
자본력 바탕 벤처투자·액셀러레이터
직접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및 연구
“거래소가 블록체인 생태계 힘 실어줘”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다. 증권거래소가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금 거래소가 금 거래를 중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곳일 뿐 기술 혁신이나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블록체인 업계 내에서도 나오곤 한다. 이런 평가의 연장으로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거래소를 아무 쓸모 없는 도박장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벤처기업 지정에서 제외한 것도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가 전통적인 거래소 역할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자회사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털을 만들거나 액셀러레이터(투자 및 지원을 위한 전문기관)를 설립하기도 한다. 직접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플랫폼 개발과 생태계 확장에 나서는 곳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더이상 거래를 중개하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해마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를 여는 등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두나무 제공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3월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벤처캐피털 ‘두나무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약 1년 사이에 지원하게 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19개에 이른다.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기반 결제 플랫폼 ‘테라’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여행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트래블 얼라이언스’를 추진 중인 ‘키인사이드’도 있다. 이밖에 모바일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를 개발한 레이니스트, 증권형 토큰 발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코드박스, 보상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티티씨(TTC) 프로토콜 등이 두나무앤파트너스의 지원을 받았다.

두나무는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직접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두나무가 지난해 5월 설립한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출시했다. 루니버스는 전문 개발인력 없이도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경험 및 지식 부족으로 도입에 장벽이 있다고 느끼는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다.

람다256은 현재 루니버스를 기반으로 야놀자, 달콤소프트, 이포넷, 모스랜드 등 13개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람다256을 진두지휘하는 박재현 대표는 “초기 블록체인 개발사 기술 지원에는 최대 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유망한 댑(Dapp, 탈중앙화 응용프로그램) 서비스에는 최대 5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며 “루니버스 출시가 블록체인 개발사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혁신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생태계 확산의 핵심으로 개발자를 꼽으며,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전세계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행사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개최했다.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는 올해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및 기술 지원,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등 블록체인 생태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거래소들도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자회사 코인원트랜스퍼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플의 엑스커런트(X-Current) 솔루션을 활용한 크로스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타이, 네팔, 중국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크로스는 기존 해외송금망인 스위프트(SWIFT)에 견줘 수수료는 싸고 송금 속도는 빨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지난해 11월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관리할 수 있는 수탁(custody) 서비스 ‘다스크’를 선보였다. 다스크는 일반적인 수탁 서비스와 달리 한국과 미국의 관련 법규에 근거해 법 집행기관이 요구하는 이른바 ‘증거물 관리 연속성’에 부합하는 암호화폐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이다. 전세계 거래량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바이낸스는 지난해 4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바이낸스랩’을 설립했다. 지난해 세계 8곳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최형원 바이낸스랩 이사는 “우리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든 소셜 임팩트 펀드”라고 소개했다. 바이낸스는 또 바이낸스 자선재단(BCF)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세계 난민 구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 재단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재건을 위한 암호화폐 모금을 시작했다.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바이낸스 런치패드’도 블록체인 기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낸스 역시 모든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손쉽게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바이낸스체인’을 이달 공개했다. 바이낸스체인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코스모스’ 프로젝트의 텐더민트 합의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구현됐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탈중앙화 거래소 ‘바이낸스 덱스(DEX)’는 기존의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이더리움, 이오에스(EOS), 트론 등 특정 블록체인 기반 토큰만 거래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블록체인 플랫폼에 상관없이 다양한 토큰 거래를 지원한다.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도 지난해 5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펀드 운영을 위해 ‘후오비랩스’를 설립했다. 후오비랩스는 전세계에 10여개의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를 여는 등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후오비는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위한 ‘후오비 프라임’ 서비스를 공개하며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존재감 부각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암호화폐 거래업을 넘어서 암호화폐 기반 종합기업이 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첫 시작으로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4월 벤처캐피털 팀 ‘코인베이스벤처스’를 신설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코인베이스벤처스가 1년 사이에 투자한 스타트업은 이더스캔, 코인마인, 첼로 등 총 35곳에 이른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으로부터 암호화폐 수탁기관 승인을 받아 자회사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트러스트’를 설립했다.

코인베이스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4월 이더리움 기반 모바일지갑 개발 스타트업 ‘사이퍼브라우저’와 블록체인 기반 메시징 플랫폼 ‘언닷컴’을 인수했다. 또 올해 1월과 2월에는 빅데이터 분석 업체 ‘블록스프링’과 ‘뉴트리노’를 인수해 향후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 코인베이스는 세계 최대 경력관리 사이트 링크트인이 지난 3일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50곳’ 가운데 35위에 선정됐다.

박근모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mo@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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