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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06:00 수정 : 2019.04.30 09:34

미국 코인베이스 벤처캐피털팀 이해상충 논란
“여력 갖춘 거래소의 투자가 건전한 생태계 기여”

거래소에 특정 암호화폐가 상장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해당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원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이용해 해당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게 더 수월해져 유동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에겐 해당 암호화폐가 기술력과 사업성을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이 되기 전까지 관련 정보를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벤처투자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면서, 본업인 거래소 업무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4월 내부 벤처캐피털 팀을 신설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인베이스는 벤처캐피털 팀을 만들기에 앞서 직원들이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받았다. 2017년 12월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비트코인캐시(BCH, Bitcoin Cash) 상장 정보를 사전에 흘려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또 2016년 8월 당시 자사 직원 신분이던 찰리 리가 개발한 암호화폐 라이트코인(Litecoin)을 거래소에 상장했는데,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이 코인베이스에 상장되기 직전 “내일이 정말 기대된다”는 의미심장한 트위터 글을 남겨 이해상충 논란을 빚었다.

코인베이스가 벤처캐피털 팀을 신설하면서 “코인베이스 출신들이 내놓은 유망한 아이디어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을 키웠다. 혁신에 관심이 많은 코인베이스 출신 인사들이 창업에 나서고, 거래소가 이에 투자하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지만, 앤절라 월치 미 세인트메리대 법과대학 교수 등은 코인베이스 벤처캐피털 팀이 특정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재정 건전성과 거래소 상장 정보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알 수 있는 만큼 거래소 사업과 이해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도 직접 벤처투자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티티씨(TTC)프로토콜이 현재 업비트에 상장돼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이해상충 논란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는 드물게 상장 기준과 상장 심사 절차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3월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연구소인 람다256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며 “이는 람다256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거래소 사업과의 이해상충 문제 또한 감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Streami)는 2017년 11월 고팍스를 출범시키기 전 벤처투자를 진행했다. 스트리미 관계자는 “해당 투자는 거래소 설립 계획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진행한 것”이라며 “이해상충 문제를 고려해 기존에 투자한 프로젝트에 대한 상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팍스 또한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 상장 원칙과 투명한 거래소 운영을 위한 내부 규정을 공개했다.

스트리미 관계자는 “임직원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 금지, 경영진의 상장 과정 개입 금지 등 거래소 운영 원칙을 해칠 수 있는 사업은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하고 관련 법제가 마련된 뒤라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장중혁 아톰릭스컨설팅 공동설립자는 “증권시장에서처럼 거래소와 브로커(증권사)의 기능이 분리돼 있는 경우엔 브로커가 상장 주관사로서 기업에 투자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두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어 문제 소지가 크다”며 “장기적으로 적절한 규제가 만들어져 거래소의 기능과 브로커의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은 “정부가 거래소는커녕 암호화폐의 법적 정의조차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적 기업의 영리 행위인 투자를 막을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나마 거래소가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투자 여력을 갖춘 거래소가 내부 규율을 지켜 가며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한다면 생태계를 건전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re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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