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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3 17:29 수정 : 2019.04.24 14:24

그래픽_김승미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파장

“만족도 높이기 위한 조처” 해명에
시장·업계 “완성도 낮다는 평가 자인
기술 뒷받침 없이 무리수 뒀다“ 지적
시장 신뢰 회복에 긴 시간 필요할 듯

그래픽_김승미
삼성전자가 오는 26일(현지시각) 미국에 내놓기로 한 갤럭시폴드에 대해 23일 ‘출시 연기’를 발표하면서 시장과 고객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가 기기 결함 문제로 신제품 출시를 보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혁신의 역사를 연다”며 내놓은 첫 폴더블폰이 글로벌 출시 연기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으면서 삼성의 섣부른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폴드 출시의 잠정 연기를 발표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애초 시연 제품을 받은 외신 기자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각) 힌지(접히는 부분)에서 파편이 생기거나 스크린이 꺼져버렸다고 지적하자 “사용상의 문제”라며 결함 가능성을 부인해왔는데, 결국 사흘 만에 백기투항한 모양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노트’라는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었고 5세대(5G) 스마트폰도 제일 먼저 내놓았고 이번에 폴더블 스마트폰도 ‘퍼스트 무버’ 제품”이라며 “혁신은 도전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중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소비자 손에 제품이 건너가기 전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게 연기 결정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 쪽의 설명을 두곤 “완성도 낮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자인한 셈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 전략을 무리하게 앞세우는 과정에서 기술이 이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폴더블폰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은 기존 스마트폰에 사용하던 강화 유리 대신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사용했다. 반면 애플은 내구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부러지는 유리’ 개발에 투자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강자인 엘지(LG) 쪽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 등 공격적인 후발주자를 의식하다 삼성이 이번에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5일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으로 국내에서 갤럭시S10을 출시하고도 통신 불량 등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 버지>(The Verge) 기자가 공개한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기기 화면. 삼성전자는 하단부 틈새가 충격에 부딪혀 화면이 깨졌다고 보고 있다. 더버지 제공
삼성은 지난 2월 갤럭시폴드 외형을 공개하며 “100만대 이상”을 판매 목표로 잡았다. 삼성 스마트폰의 한 해 출하량이 3억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대단히 치명적이다. 앞서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 때 삼성은 두 차례 리콜과 제품 단종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잖은 기간이 걸린 바 있다.

송경화 신다은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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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첩 위·아래 틈새 충격에 취약 발견”

자체 확인 결함은

화면깨짐·경첩내 이물질 발생 문제
‘경첩 취약점’ 인터넷서 이미 지적
실생활 무시 테스트 과신이 화근

갤럭시폴드의 특징은 스크린 두 개를 잇는 가운데 경첩(접는 부분·힌지)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두 기기를 잇는 가운데 부분은 경첩이 지지하지만 상단부와 하단부는 뚫려 있어 구조적으로 충격에 약하다. 시연 제품의 화면이 깨지거나 경첩 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것도 이런 구조 탓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3일 “검사 결과 경첩 위쪽과 아래쪽에 조그만 틈새가 있어 충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틈새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첩 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케이스의 경우 외부에서 유입된 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물질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더 자세히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갤럭시폴드의 내구성은 제품 출시 수개월 전부터 논란거리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삼성전자가 공개한 동영상과 사진을 토대로 “힌지 틈새가 약해 보인다”, “들뜬 힌지 사이에 딱딱한 물질이 끼면 파손될 것 같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시연 제품을 받은 미국 정보기술(IT)매체 <더 버지>의 기자는 외부 충격으로 이물질이 발생해 제품 가운데가 부풀어 오른 모습을 기기 결함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스크린 품질도 문제다. 강화유리로 감싼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에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사용했다. 자유롭게 형체를 구부릴 수 있지만 유리에 비해 흠집과 외부 충격에 약하고, 플라스틱이라서 접착력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은 ‘구부리는 유리’로 알려진 초박막 강화유리(UTG)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세계 최초’를 위해 덜 완성된 제품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정대로 오는 26일 출시됐다면 갤럭시폴드는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됐을 것이다. 자체 테스트를 과신한 점도 지목된다. 삼성은 기기를 20만번씩 접어보고 고온·저냉 환경에 넣어보며 ‘극한 테스트’를 했다고 자랑했지만 공장 밖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이물질과 충격에는 맥을 못 췄다. 삼성전자에 힌지를 납품한 케이에이치(KH)바텍도 “제품 출시 직전까지 상품을 점검했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발생할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삼성이 만든 시장 공백은 경쟁사가 발 빠르게 메우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는 메이트 엑스(X)를 오는 7월 출시하기로 예고했고 로욜은 이날부터 폴더블 스마트폰인 ‘플렉시파이’의 사전판매에 돌입했다.

신다은 송경화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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