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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1 10:29 수정 : 2019.04.01 20:35

업데이트로 받은 메시지 지울 수 있게 돼
창업자 “데이터 실질 통제권 가져야”
대화 맥락 왜곡·‘불법’ 오용 가능성도

‘강력한 보안’으로 유명한 메신저 ‘텔레그램’이 대화 상대방의 메시지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자들이 데이터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지만, 의도와 다르게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텔레그램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수신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두번의 탭을 거치면 지금까지 상대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모두 삭제할 수 있다. 삭제됐다는 알림도 뜨지 않아 보낸 사람은 알 수 없다. 텔레그램은 또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48시간 안에만 삭제할 수 있었던 ‘대화내용 삭제’ 기능을 확대해 시간제한을 없앴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이처럼 ‘파격적인’ 기능 개선은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지난 10~20년 동안 우리는 수천명의 사람들과 수백만개의 메시지를 교환했다. 관계는 시작되고 끝나지만 예전 친구나 동료들과의 메시징 이력은 영원히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로프는 이어 “당신이 이미 잊어버린 오래된 메시지는 맥락에서 벗어나서 수십 년 후에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암호화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모든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데이터에 대한 실제적인 통제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메신저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강조하지만, 자칫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9월 카카오톡은 ‘발신자에 한해, 메시지를 전송한 뒤 5분 안에만 삭제가 가능하고 대화 상대방에게 삭제됐다는 흔적을 남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삭제 기능을 도입했다. 이런 배경에 대해 카카오 쪽은 “이미 한 대화를 없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없는 오프라인 대화의 원칙을 그대로 남기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텔레그램에서는 말한 사람과 들은 사람 가운데 한사람만 지워도 양쪽에게 모두 없던 말이 된다. 선별적으로 삭제된다면 대화의 맥락이 왜곡될 수도 있다. 사생활 보호에 충실할 수 있어도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두로프는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우리는 당신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브이깐딱제(VK)를 창립한 니콜라이 두로프, 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처음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로, 현재는 두바이에 법인이 있다. 전 세계 활동 사용자는 1억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2014년 9월 검찰이 사이버명예훼손을 단속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자, 이용자가 급증했다.

텔레그램의 ‘보안성’ 때문에 인기를 끌었지만, 오히려 메신저 대화내용이 주요 형사사건의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드루킹 사건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사건의 핵심증거는 텔레그램 메시지였다. 서버를 통해 제3자가 대화내용을 들여다 볼 수 없을 뿐, 대화 내용은 디바이스에 그대로 남아있고, 따로 캡쳐해 증거로 남길 수도 있어서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와 달리, 텔레그램은 한 계정으로 여러 디바이스에 접속 가능해 ‘자동로그인’을 사용하면 도리어 보안에 취약할 수도 있다. 최근 수사기관들은 메신저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압수해 포렌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보안성이 높은 디바이스라 해도 데이터는 디바이스에 남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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