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7 12:14
수정 : 2019.03.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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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된 지난달 16일, 택시들이 새 요금 시스템에 맞춰 미터기를 바꾸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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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플랫폼·우버형까지
용어 혼란이 합의 논란으로 이어져
‘직격탄’ 맞은 카풀업체 의견 들어야
더불어민주당·정부·택시업계·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택시-플랫폼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 이후 여진이 이어진다. 정부·정치권은 합의 성과를 알리려고 애를 쓰는데,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카풀업체들은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대타협기구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그나마 카풀업체들이 최악을 피한 결과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몇가지 의문이 있다. 우선, ‘카풀업계’란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대타협 합의를 두고 “카풀업계의 양보가 있었다”고 했다. 반대하고 있는 카풀업체들은 카풀업계가 아니란 뜻인가. 양보한 주체는 카카오모빌리티였을 뿐이다. 이밖에 카풀업체들은 대타협기구 논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카풀’은 무엇인가? 어떤 경우 자가용을 이용한 승차공유를 통칭하는 듯 쓰이다가, 어떨 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출퇴근 목적의 자가용을 이용한 승차공유를 일컫기도 했다. ‘택시 카풀’이라는 말이 나왔을 땐, 카풀이 ‘합승’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을 택시에 얹는다’는 이도 있고, ‘택시에 플랫폼을 얹는다’는 이도 있다. 이러니, 대타협 합의 결과 올해 상반기 안에 출시된다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무엇인지 누구도 속시원하게 설명을 하지 못한다.
가장 궁금한 것이다. 과연 ‘우버형’이란 무엇인가? ‘우버처럼 택시를 만들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다짐과 함께 ‘우버형 택시’도 등장했다. 자동차 등 이동수단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호출하는 플랫폼을 말하는 것인지, 차량 호출을 할때 ‘디지털 승차거부’ 없이 ‘강제배차’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지, 승차공유(또는 합승)가 가능한 플랫폼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말뜻조차 헷갈리는데 정부·여당에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청사진이 있을지 의문이다. 용어의 혼란은 합의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여당은 최소한, 카풀 시간제한으로 반발하는 모빌리티 업체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충실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용어의 혼란이 불신으로 이어지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대타협의 후속조처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타협을 서둘렀다는 뒷말이 두렵지 않다면 말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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