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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2 05:00 수정 : 2019.03.12 05:00

삼성전자 제공

물리적 보안공간에 개인키 저장
모바일에서 쉽게 콜드월렛 사용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넣었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혁신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행보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암호화폐 지갑은 일반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된 핫월렛(Hot Wallet), 오프라인 상태의 콜드월렛(Cold Wallet), 종이에 적어두는 종이월렛(Paper Wallet) 등 3가지 형태로 나눠진다.

암호화폐 지갑은 안전하면 사용이 불편하고, 편리하면 보안이 취약해진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때 쓰는 지갑은 거래소 서버에 저장된 핫월렛이다. 거래소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해킹의 표적이 되기도 매우 쉽다. 거래소에서 암호화폐가 탈취됐다는 뉴스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나온 게 이동식 저장장치(USB) 형태의 콜드월렛이다. 사용할 때마다 컴퓨터 등에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지만 그만큼 보안성은 높아진다. 종이월렛은 말 그대로 종이에 비밀번호 구실을 하는 블록체인 기반 개인키(비공개키)를 적어두는 것이다.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 지갑에 암호화폐가 들어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종이월렛의 예를 들었듯 암호화폐 지갑에는 암호화폐가 없다. 대신 개인키(프라이빗키)가 저장돼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디에 있을까? 암호화폐는 사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존재한다. 개인키는 이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와 같은 구실을 한다. 정리하면 콜드월렛은 유에스비에 개인키 파일을 저장하는 것이고, 종이월렛은 이 개인키 문자(비트코인 개인키의 경우 64개의 문자로 이뤄져 있다)를 종이에 적어두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뱅킹에 사용하는 공인인증서와 비슷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키는 디지털 인감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사실 공인인증서 작동 메커니즘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했다는 건, 스마트폰 내부의 하드웨어 영역에 개인키 파일을 보관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안에 콜드월렛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삼성전자는 개인키는 삼성의 보안 기술이 적용된 단말기의 별도 보안공간에 저장돼 보다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김승주 교수는 “애플, 삼성의 스마트폰 안 칩의 보안 영역에는 지문 같은 생체정보나 공인인증서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며 “삼성은 이 공간에 블록체인 개인키도 보관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10의 암호화폐 지갑 기능은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삼성 블록체인 월렛’ 두가지로 구성됐다. 삼성 키스토어는 단말기 내에 설치되어 있는 기본 설정이며, 삼성 월렛은 애플리케이션(아래 앱)이다. 갤럭시S10 이용자는 삼성의 모바일 앱 장터인 갤럭시 스토어에서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삼성 암호화폐 지갑의 주요 기능은 ‘개인키 보관’과 ‘전자 서명’이다. 이용자는 블록체인 개인키를 생성해 단말의 보안 영역에 보관하거나, 다른 곳에서 사용하던 개인키를 불러와서 보관할 수 있다. 암호화폐를 송금하거나, 댑(dapp: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형 앱)에서 결제할 때 키스토어에 저장된 개인키로 서명할 수도 있다. 또한 댑과 연동돼 보상을 받은 암호화폐를 바로 삼성 월렛에 저장할 수 있다.

삼성 키스토어와 삼성 월렛의 관계와 역할이 복잡해 보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비밀번호나 지문 인증만 하면 암호화폐 지갑을 바로 쓸 수 있다.

암호화폐 지갑 기능은 현재 최신 모델인 갤럭시S10 시리즈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지원하는 암호화폐도 이더리움(ETH)과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으로 한정되어 있다. 아직은 비트코인도 사용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향후 지원하는 단말기와 코인, 토큰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넣었다고 블록체인 생태계가 바로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하기 편리한 댑이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 만든 콜드월렛 성격의 암호화폐 지갑을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 킬러 앱이 나오기 위해선 우선 암호화폐 지갑이 대중적으로 보급돼야 한다”며 “(갤럭시S10을 통해) 누구나 암호화폐 지갑을 갖게 된다면 대중이 다양한 형태로 암호화폐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월렛에서 여러 댑들과 제휴하는 건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댑 개발사 입장에서도 좋다. 블록체인 개발 솔루션 회사인 해치랩스의 김종호 대표는 “그동안은 댑 개발사가 지갑 기능도 만들어야 했다”며 “이젠 갤럭시S10이 지갑을 지원하니 그 개발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병철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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