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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6 09:32 수정 : 2019.03.06 14:23

에스케이텔레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로고.

과기정통부 ‘퇴짜’ 사실 공개 이어
시민단체 규탄 성명…이용자 반발도
“이용자 차별 강화·가계통신비 부담 증가
요금인상 아닌 B2B 매출 확대 꾀해야”

에스케이텔레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로고.
에스케이텔레콤(SKT)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7만원대 이상 고가 구간 중심으로 설계하고 고집하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가 사전 조율을 포기하고 ‘퇴짜’를 놓은 뒤 과정을 공개하고, 시민단체는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이용자 차별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용자 반발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6일 에스케이텔레콤이 정부에 5G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과 관련해 ‘에스케이텔레콤은 고가 중심의 5G 이동통신 요금제 방침을 폐기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빌미로 이동통신 요금을 인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가 가장 최근 내놓은 엘티이(LTE)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보면, 이미 3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 비해 데이터 100MB당 적게는 39.9배에서 많게는 66배나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노골적인 데이터 차별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요금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여 사실상 저가요금제를 무력화시키는 명백한 ‘이용자 차별’ 행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엘티이 요금제 인가 당시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고,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번에 5G 요금제 인가를 신청하면서 또다시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설계해 이용자 차별을 악화시키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게시판과 기사 댓글 등에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에스케이텔레콤의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를 이유로 5G 이동통신 요금제를 고가 중심으로 짜려면 감가상각이 끝나 이론적으로 원가가 제로인 2~4세대 이동통신 요금은 왕창 내려라’,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는 안중에도 없는 에스케이(SK)’, ‘5G 이동통신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만들고 싶어 안달’ 등 험악한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모처럼 제대로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도 보인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달 27일 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해와 왔다”며 “오늘 오전 10시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열어 검토한 결과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려 이유에 대해서는 “이용약관 인가심사 기준에 따라 요금의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 및 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요금제 인가 과정을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은 대부분 사전 조율을 거쳐 인가 신청서를 접수해 반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인가 신청을 해와 접수했고,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가 심의해 적절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반려 결정을 한 것이다. 다른 이유나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사전 조율 과정에서 과기정통부 쪽의 보완 요청을 거부하고 고가 중심 요금제의 인가 신청을 고집해 벌어진 ‘사단’으로 보여진다.

이를 두고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이통사 임원은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를 합치면 전체 국민 수보다도 많다. 매출과 이익을 늘리려면 가입자당매출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3사 모두 5G 요금제를 고가 중심으로 설계한 뒤 마케팅 능력을 총동원해 기존 가입자들을 5G 가입자로 전환시켜 가입자당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후발 사업자들도 에스케이텔레콤과 같은 모양으로 5G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답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최고경영자도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투비(B2B) 시장은 너무 느리다. 어쩔 수 없이 초기에는 비투시(B2C·일반 이용자 대상)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4차산업혁명 흐름과 맞물려 우리나라 산업을 혁신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비투비 쪽에서 새 사업기회를 찾아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반 이용자 대상 요금을 높여 매출을 늘리려고 하다가는 또다시 가계통신부 부담 증가 비판과 함께 요금인하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동통신이 생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요금제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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