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5 15:55
수정 : 2019.02.25 20:49
고객 선택의 폭 그리 넓진 않아
폰이냐 워치냐, 다른 앱 쓰게 할거냐 판단해야
아키 키즈워치, 위치확인·음성 인식 좋아
마블미니폰, 앱 설치 안돼 중독 걱정 없어
카카오리틀프렌즈폰2, 기본 콘텐츠 우수
카카오키즈폰, 통신사 무관 사용 가능
딸이 다음달 초등학생이 되는 ‘직장맘’ 황아무개씨는 입학을 앞두고 어떤 휴대전화를 사줘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황씨는 “하루종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걱정되고, 아이와 소통을 해야 할 일이 많아져 꼭 필요하긴 한데, 스마트폰을 사주면 중독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녀 취학을 앞둔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새학기는 “폰을 바꿔달라“는 자녀들의 요구가 집중되는 시기기도 하다.
각 이동통신사들은 어린이들을 목표로 한 ‘키즈폰’을 몇 종류씩 내고 있지만, 선택의 폭이 그리 넓은 것은 아니다. 키즈폰은 휴대전화 형태와 손목시계형 키즈워치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통신사 온라인 직영몰을 기준으로 에스케이텔레콤(SKT)이 키즈폰 1종, 케이티(KT)가 키즈워치 3종, 엘지유플러스(LGU+)가 키즈폰 1종과 워치 1종을 내놓고 있다.
기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의 ‘마블 미니폰 블랙’과 네이버랩스가 만들어 케이티에 판매하는 ‘아키’, 엘지유플러스(LGU+)의 카카오리틀프렌즈폰2를 1주동안 직접 사용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키즈폰이 형태와 기능이 서로 달라,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워치냐 폰이냐’, ‘인터넷이나 앱을 쓰게 할거냐 말거냐’를 기준으로 삼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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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에서 판매하고 네이버랩스가 만든 키즈워치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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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폰에는 자녀용 앱이 있고, 부모의 휴대전화에 깔 수 있는 부모용 앱이 별도로 마련돼있다. 이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자녀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자녀 휴대전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치확인·일정관리 기능 자체는 엇비슷했다. 아이의 요일별 동선을 미리 부모앱에서 설정해놓고, 학교나 학원 위치를 저장해놓으면 도착했을 때 부모에게 알려준다.
아키는 키즈폰에 “학교에 갈 시간이에요” 등으로 알려주고, 아이가 미리 정해놓은 시간과 장소에 도착하지 않으면 “아이가 아직 학교에 있어요”, “아이가 아직 학원에 도착하지 않았어요” 등으로 부모에게 알려준다. 카카오리틀프렌즈폰은 위치확인과 동시에 키즈폰의 앞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아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종 모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해당 시간엔 보호자에게 전화하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기능은 사용할 수 없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위치확인·일정관리를 제외하고 다른 점은 생김새에서 나온다. 아키는 손목시계 형태라 화면으로 많은 정보를 표출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할 수가 없다. 전화통화도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해야 하는데, 통화품질은 나쁘지 않았으나 아이쪽에서는 통화하는 상대방의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다. 메시지도 음성으로 보낸다. 네이버 음성인식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돼 음성인식은 잘 되는 것으로 보였다. 부모앱에서는 메시지를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차고 다니기에는 살짝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키즈워치는 분실 걱정은 적지만 내구성이 폰보다는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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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텔레콤이 판매하는 키즈폰 마블 미니폰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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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폰은 본질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지만, 다른 앱을 깔 수가 없어 사실상 피쳐폰에 가깝다. 때문에 위치확인 기능은 사용하고 싶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에게 적당하다. 대신 에스케이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가 탑재돼 인공지능 스피커처럼 가벼운 질문·응답이 가능하고, 네이버 사전과 파파고 번역기도 들어있다. 크기(51㎜×108㎜)가 작고 가벼워 아이들이 휴대하기엔 편하다. 다만, 기능을 온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대전화를 자녀이름으로 가입해야 한다. 부모용 앱과 연동할 때 자녀의 법정대리인인지를 확인해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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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유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카카오리플프렌즈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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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리틀프렌즈폰2는 삼성 갤럭시J4+ 스마트폰에 카카오리틀프렌즈 캐릭터를 입히고, 키즈폰 관리용앱 키위플레이라는 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부모용 앱에서 자녀용 스마트폰에 깔린 앱의 종류와 사용시간을 확인하고, 앱별 사용허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무선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차단하는 기능도 담겼다. 엘지유플러스 아이피티브이(IPTV)의 ‘아이들나라’ 콘텐츠나 무료 백과사전 앱도 들어있어 콘텐츠 면에선 3종 가운데 가장 좋았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아예 차단하지 않고 적절한 이용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기를 원하는 부모라면 카카오리틀프렌즈폰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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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플레이가 판매하는 카카오키즈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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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카카오 계열사 핀플레이에서 만든 카카오키즈폰은 물리 키패드가 달린 ‘바’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깔 수 있는 앱도 교육용 콘텐츠로 제한돼있다. 카카오톡도 깔 수는 있는데, 부모용 앱을 통해 친구관리나 비속어 차단 기능이 추가돼있다. 다른 키즈폰들과는 달리 통신사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1년에 7만2천원, 6개월에 4만2천원에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요금제’로도 가입할 수 있다. 케이티에서 출시되는 키즈워치인 무민키즈폰·라인키즈폰2는 키즈워치지만 카메라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치추적 기능이 필요없다면 일반 피쳐폰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쳐폰은 알뜰폰에 저렴한 기기와 요금제가 많이 출시돼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줄 것이라면, 가격이 싼 보급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자녀폰 관리앱을 깔아 관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폰 관리앱은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일종의 ‘족쇄’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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