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통사업자협회, EU 정부·의회에 “화웨이 장비 금지 신중해야” 서신

한겨레 자료사진

“다양한 위험성 초래할 수 있다” 경고
750여개 이통사 대표…미국 업체도 참여
영국 이어 독일·프랑스·뉴질랜드도 ‘반대’
미국 주도 ‘화웨이 퇴출 공조’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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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화웨이 새 이동통신(5G) 장비 사용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화웨이 통신장비를 써도 보안상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데 이어 독일·프랑스·뉴질랜드 등도 가세하는 모습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유럽연합 정책·법률 입안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신중히 생각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20일 외신 보도와 화웨이 등에 따르면, 미국 이통사들을 포함해 전세계 750여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대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14일 유럽연합 정부와 의회에 서신을 보내,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화웨이 새 이동통신 장비 사용 금지 조치가 다양한 위험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티이(LTE) 때처럼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 간 치열한 경쟁은 유럽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시민과 기업들에게 경쟁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새 이동통신 개발을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유럽 소비자와 기업들의 권익에 반할 위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부기관으로는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가 “새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 때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더라도 안보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장은 “화웨이를 금지하기에는 이번 이슈가 너무 복잡하다. 모든 국가는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 결론을 내릴 주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웨이는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승인은 다른 유럽국가들을 설득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니르 마주비 프랑스 디지털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 때 화웨이 장비 사용과 관련해 “특정 기업에 대한 보이콧은 하지 않을 것”고 말했다. 무니르 장관은 “네트워크의 핵심은 신뢰성과 안전성이다. 무조건적인 불신과 순진한 믿음 모두 경계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통신장비 공급업체 선정 과정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라면 배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정부도 “아직은 새 이동통신 사업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영국과 절차는 다르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다”며 “아직은 화웨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가 영국과 미국 사이에서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평가는 정치적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 최선의 국익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이런 움직임은 두 나라 모두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5개국이 가입해 있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중국의 새 이동통신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뉴질랜드는 그동안 화웨이를 배제한 국가로 알려져 왔다. 아이디시(IDC)의 존 델라니 유럽 이동통신 담당 임원은 “영국이 화웨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미국 정보당국이 화웨이 배제를 요구할 만큼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영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의 위험성이 미국의 경고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도 영국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독일도 화웨이의 새 이동통신 사업 참여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독일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의 일부 관련 부처가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2주 전에 예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