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9 14:00
수정 : 2018.12.0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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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차량을 닦고 있는 자활센터 세차자활사업단 주민들의 모습. 쏘카와 자활센터들은 2013년 업무협약을 맺고, 쏘카존 차량 세차업무를 자활센터와 자활기업에 맡겼으나, 쏘카는 올해 들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 서울광역자활센터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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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자활센터 업무협약 맺고 2013년부터 세차 위탁
조합·자활기업 만들었지만 올초 계약갱신 안돼 ‘실직’
쏘카 “서비스·경쟁력 떨어져” 자활센터 “일방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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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차량을 닦고 있는 자활센터 세차자활사업단 주민들의 모습. 쏘카와 자활센터들은 2013년 업무협약을 맺고, 쏘카존 차량 세차업무를 자활센터와 자활기업에 맡겼으나, 쏘카는 올해 들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 서울광역자활센터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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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 기반 차량공유 업체 ‘쏘카’가 2013년부터 지역자활센터·자활기업(워시마스터)에 위탁해온 세차 용역계약을 종료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수십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쏘카는 “자활센터의 서비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계약갱신 거부 사유로 들었지만, 자활센터·기업들은 “쏘카가 기존 업무협약을 외면했다”고 밝히고 있다.
7일 쏘카와 서울광역자활센터·지역자활센터 쪽 말을 종합하면, 지역자활센터·자활기업 15곳과 쏘카가 맺은 세차 용역이 모두 올해 안에 종료된다. 11곳은 지난 1월과 6월 갱신되지 않았고, 나머지 4곳은 재계약 불가 의사를 쏘카로부터 전달받았다.
‘쏘카존’을 순회하며 차를 닦는 ‘세차 용역’이 시작된 것은 2013년이었다. 쏘카는 서울에 진출하며 서울광역자활센터와 지역자활센터·자활기업 8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세차업무를 위탁했다. 협약서는 △인프라 형성을 위한 공동업무 개발 △인력육성을 위한 교류협력 등을 업무협력 분야로 삼았다. 쏘카는 업무협약을 홍보하며 ‘공익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차 인력은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주민들로, 조건부 수급자들은 일을 해야 수급비를 받을 수 있다. 지역자활센터들은 쏘카와 업무협약에 따라 ‘세차자활사업단’이나 협동조합, 자활기업인 ‘워시마스터’를 창업했다. 워시마스터와 같은 자활기업은 자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자활기업을 육성해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활사업단·기업은 물량의 90% 이상을 의존하던 쏘카와 계약이 종료되며 일감을 잃었다. 지난 1월 계약이 종료된 한 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새벽부터 하루종일 차를 닦아야 해서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은데도 자활 의지를 갖고 일했던 분들의 좌절감이 컸다. 다른 세차 물량을 찾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건부 수급자들은 세차를 하며 월 100만원 남짓을 벌었고, 자활기업 참여자들은 최저임금(월 175만여원)을 조금 웃도는 임금을 받았다.
쏘카는 서비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계약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자활센터·기업보다 비용이 저렴한 다른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쏘카 관계자는 “유료서비스인 쏘카는 세차업무를 진행하면서 품질유지와 비용관리를 우선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쏘카는 일반 업체들에 세차용역을 맡겨 월 800만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대당 1만원대 중반인 세차 단가는 일반 업체들이 자활센터·기업보다 1천원가량 저렴하다고 한다.
김봉준 관악봉천지역자활센터장은 “다른 업체보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쏘카가 재계약 불가 통보 공문을 보내기 전에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광역자활센터 관계자는 “쏘카의 사업 제안이 없었다면 정부 예산을 들여 사업단을 구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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