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05 14:12 수정 : 2005.12.05 21:12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네이버 화면 캡처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댓글게시판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 대통령까지도 직접 댓글을 다는 세상이다. 그뿐이 아니다. 웬만한 유행어 역시 연예인의 레퍼토리보다 인터넷에서 직접 바람을 탄 말들이 더 유행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가수 문희준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댓글게시판은 때때로 사람을 완벽한 코너로 몰아갈 수 있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물론 문희준의 경우는 오래 지속됐다는 면에서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특정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들이 이따금씩 댓글게시판에서 거의 매장에 가까운 사이버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대개 일회성으로 단발적인 테러에 그쳐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댓글게시판은 인터넷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커뮤니티가 됐다는 것을 또다른 각도에서 증명하는 현상이 되고 있다. 댓글게시판은 인터넷의 핵심에 가까운 특성인 익명성과 더불어 수평적인 대화가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꺼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언뜻 봐서는 장난같아 보이는 인터넷 유행어는 때때로 '언중유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한동안 광풍에 가까운 붐을 일으켰다가 네티즌 스스로의 자성적인 비판에 의해 사그라든 '드라군 놀이'와 함께 드라마 <신돈>을 통해 유행한 탤런트 손창민의 대사 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행어가 됐던 적도 있는데, 최근에는 보다 직접적이면서 날카로운 유행어들이 나타나면서 이 유행들은 곧 빛을 잃는다. 말많고 탈많은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댓글게시판의 힘이 날로 커지는 현상은 이런 풍자성과 함께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힘으로부터 비롯된다."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네이버 화면 캡처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암울했던 독재의 시대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말이다. 그 시절을 겪은 어른 세대의 표현을 빌자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말'이다. 이 말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계신 자리에서' 욕한다는 '나랏님(?)'을 이제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말은 정치적인 주제를 담은 기사를 넘어 사건사고, 연예,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적인 단면을 고발했어도 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사임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에 보는 네티즌으로서는 웃을 수 밖에 없는 말이다.

물론 일국의 대통령의 이름을 너무 가볍게 거론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워낙에 '대세'를 타고 있는 유행어이기 때문에 힘이 실린 지적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유행어는 여론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혹은 거의 선전포고에 가까울 정도로 대통령과 대결 구도를 굳히고 있는 반대 세력에 대한 풍자 등, 다양한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유행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의혹' 이후로 MBC의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대한 여론을 반영하듯, '이게 다 MBC 때문이다', '이게 다 PD수첩 때문이다' 등으로 '원인제공자'가 늘어나고 있다. 혹시 또다른 이슈가 화제가 된다면, '원인제공자'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법 오래된 유행어이지만, 은근한 바람을 타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유행어다. 마찬가지로 이 유행어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유지되는 유행어인데, 대개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나 지나친 홍보성 기사가 올라왔을 경우, 대부분의 네티즌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을 때, 그에 대해 옹호하는 일부 네티즌에 대한 비하적 표현으로 자리잡은 유행어다.그 이전에는 인터넷의 익명성에 대한 반영인지 '알바'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옹호를 펼치는 네티즌을 보통의 네티즌이 아니라 '고용된 관련자'가 아니냐는 이야기다. 물론 이 표현 역시 마찬가지로 비하적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말을 계기로 옹호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는 '고용된 관련자'를 넘어 아예 '당사자'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는 표현은 일부 스포츠신문 등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 중심의 지나친 홍보성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비판적인 시각이 또다른 측면에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보통 사람들이 언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르다고 판단하는 일부 유명인, 혹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다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유명인들이 정말 실제의 생활도 신중하게 유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나친 홍보성 기사에 대한 또다른 풍자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말은 싱거운 내용의 기사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일부 기자들을 '낚시꾼', 혹은 '강태공'으로 지칭하면서 시작된 유행어다. 한동안 네티즌들은 떠들썩한 이슈가 화제가 되면, 기사의 제목에 자주 등장하는 '훈훈한 감동', '파문' 등의 단어를 빌어 가상 기사를 만들면서 신선한 유머감각을 자랑하기도 했다.

'낚였다'는 표현은 단순히 가상의 기사 제목을 댓글게시판에 작성하는 단계를 넘어 근거가 있다는듯이 뉴스의 주소까지 첨부하며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단계로 진화됐지만,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그 주소를 링크할 경우, '월척' 등의 단어가 한눈에 띄는 실제 낚시 관련 기사만이 보일 뿐이다. 낚시 관련 기사는 낚시 마니아들이 아니면 흥미를 유발하기 힘든 기사이기 때문에 댓글이 달리는 일이 드물지만, 유혹을 이기지 못해 주소를 링크한 일부 네티즌들이 허탈함과 자조적인 심정을 이기지 못하고, 웃으면서 '낚였다'는 표현을 달면서 낚시 관련 기사는 본의아니게 많은 댓글이 달리는 '호강'을 누리기도 한다.


낚였다!" ⓒ 네이버 화면 캡처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낚였다'는 표현은 결국 기자들의 반성을 요구하는 풍자다. 선정적인 제목과 부실한 내용의 기사를 자주 작성하던 일부 기자의 경우 안티 카페가 생기는 홍역까지 치루고 있다. '낚시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이 붙지 않으려면, 기자들에게 보다 더 성실한 취재와 확인과정을 거친 전문적인 기사 내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네티즌의 거침없는 표현의 장, 댓글게시판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댓글게시판이지만, 댓글게시판은 이제 엄연한 대화의 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관을 갖게 됐지만, 그 주관과 의견을 표현할 곳은 많지 않았다. '참모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반대 여론의 지적에 '댓글까지 직접 확인하는데 무슨 소리냐'는 대통령의 반론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댓글게시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대화의 장이 됐다. 물론 익명성을 이용한 지나친 명예훼손과 욕설 등의 부작용은 여전하지만, 이것은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네티즌의 자성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언젠가는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인들까지도 두려워한다는 댓글게시판이 성숙한 매너와 더불어 이렇듯 핵심을 꼬집는 날카로운 풍자로 그들을 더욱 두렵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는 <한겨레필진네트워크>에서 출고된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