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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4 13:23 수정 : 2005.11.24 00:18

리니지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 캡처 화면. 필진네트워크 얄리~!


리니지는 지난 1998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뒤 올해로 7년이 됐다. 리니지1은 현재 이용자만 1000만명이 넘는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리니지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쪽은 올해 3/4분기 매출액 877억원, 영업이익 232억원, 순이익 20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리니지1의 매출액은 282억원이나 됐다. 리니지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누적매출만 1조원이 넘는다. 그만큼 리니지는 게임산업에서 손꼽히는 ‘대박’게임이었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게임업계의 ‘공룡’이 되었다. 리니지는 이제 7살이 됐다. 그동안 게임관련해 많은 변화를 주도했고, 온라인 머드게임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으로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용자 사이의 사기, 살인 등 신문의 사회면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게임관련 각종 사회문제에도 많이 노출됐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리니지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리니지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 차라리 계정을 사세요”

서울 마포구의 한 피시방. 한참 리니지1에 열심인 기자를 보며, 옆자리의 손님이 한 마디 던진다.
손님: 왜 어렵게 사냥하고 그래요. 그냥 계정을 사세요!
기자: 계정을 사다뇨?
손님: 아이템베이 같은 데 가봐요. 50~60레벨 얼마 안해요. 사는 게 더 돈 절약하는 거 예요. 그 정도 올리려면 몇 달 걸리는데…
기자: 계정 사면 문제 없나요?
손님: 저도 계정 사서 했는데요. 별로 문제없어요.

이 얘기를 들은 게 10월 초였다. 그때 기자의 리니지1 레벨은 20이었다. (내 기준으로) 이틀 꼬박 날을 새야 올릴 수 있는 레벨이었다. 얘기를 듣고 혹했다. 종종 뉴스에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계정 자체를 판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직접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궁금함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대표적인 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를 찾아보았다.


리니지 각종 현금거래 성행

보고 있는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랬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뭐든지 살 수 있었다. 게임머니인 아데나에서부터 아이템, 심지어 계정까지도 구입하기가 가능했다. 게다가 아예 높은 레벨로 육성해주는 아르바이트까지 성행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좋은 아이템을 경매했다. 일반 이용자들이 순수하게 게임을 하며 레벨은 키우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돈키호테’나 다름없는 순간이었다. 이미 리니지는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된 게임으로 변질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만 아데나에 42000원. 리니지를 처음 시작하는 일반 이용자들이 100만 아데나(현금 2만원 이상) 를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일 이상이다. 그것도 하루종일 게임을 했으면 가정해서다.

물론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쪽에서는 이러한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단호히 대처한다고 밝혔다. 현금거래와 계정판매가 적발되면 계정압류다. 관련 전담팀도 두고 관리를 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있다. ‘파는 사람’은 방치에 가깝다. 리니지의 각종 아이템판매사실을 알고도 손쓰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또,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옆 자리 손님은 “마법사를 평소 해보고 싶었다”며 51레벨짜리 마법사 캐릭터 구입에 대해 문의했다.

‘현질’에 ‘계정거래’ 등 각종 거래 성행

엔씨소프트는 현금거래와 계정거래는 못하게 하지만, 이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각종 아이템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현질(현금으로 아이템 거래)’이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9일 게임을 하면서 14레벨의 기사 캐릭터를 하는 이용자와 얘기를 나눴다. ‘오OOOO’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이용자는 “낮은 레벨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레벨이 오르기 전에는 사냥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도 그랬다. 기자의 현재 레벨은 40이다. 이렇게 만들기 까지 주말 전부를 리니지에 투자해야했다. 쉬는 날마다 피시방에 살아야했다. 폐인처럼…. 시간도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레벨 40이지만 사냥해서 얻는 아데나만으로 좋은 무기를 갖지도 못하고, 사냥터에서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잽싸게 도망가야 한다. 그만큼 약하다. 별다른 이유없이 다른 이용자에게 공격을 받아 캐릭터가 죽게되면 ‘현질’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현질을 하지 않고 모을 수 있는 게임 머니도 한계가 있고, 좋은 무기도 쉽사리 구할 수 없다. 한 달 넘게 투자해 올린 40레벨이지만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40레벨 콘요정은 돈도 안됐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시세를 보면, 48.95레벨 바람요정은 7만원, 52레벨 요정 18만원, 47레벨 기사 5만원, 51레벨 법사 100만원 등이었다. 리니지에는 요정, 법사, 기사, 군주, 엘프 등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캐릭의 레벨보다도 무기류를 비롯한 아이템이 현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만들어낸 게 또한 리니지다.

‘현질’의 이유- 철저한 계급사회 때문

그렇다면 왜 현질이 성행하는 것일까? 리니지는 철저하게 계급에 따라 사냥을 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다. 높은 레벨의 이용자는 어느 곳에 가서 사냥을 해도 괜찮지만 낮은 레벨의 이용자는 사냥터를 잘못갔다가는 캐릭터가 죽기 바쁘다. 사용하는 마법에서부터 캐릭터 복장, 무기 등 철저하게 ‘계급’이 나뉘기 때문에 높은 레벨의 이용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게다가 보통 캐릭터 하나에 착용하는 아이템은 무기(활이나 칼), 방어구(신발, 티셔츠, 갑옷, 망토, 목걸이, 벨트, 반지, 방패)인데, 좋은 아이템으로 착용하면 많게는 현금으로 몇 백만원을 넘는다. 과연 이를 정상적인 게임으로 봐야할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만큼 리니지는 ‘도박’에 가깝다.

게임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첫회 때 언급했지만, 리니지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그 안에서 높은 레벨은 ‘신’처럼 받들여진다. 또, 돈을 벌 수도 있다. 제한된 아이템에 많은 이용자 탓에 각종 아이템의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비싼 가격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상아탑시장에는 게임은 하지 않고 다른 이용자들에게 게임 아이템을 파는 장사캐릭터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게임 아이템이 현금…성주는 수천만원 호가

두 얼굴의 인터넷문화도 게임을 혼탁하게 만든다. 리니지는 이용자 사이에 전투가 가능하고, 공성전이라는 것을 통해 성을 빼앗을 수도 있다. 좋은 무기를 갖춰 성을 얻으면 시가로 3000만원을 족히 넘는다. 이쯤되면 레벨을 올려 성주가 되려 하는 것은 모든 이용자들의 ‘꿈’이다.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다. 성주가 되는 것은 몇 달, 몇 년의 레벨 올리기 ‘노가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리니지판 ‘로또’다. 뻔히 큰 돈이 걸려있는 게 보이는 데, 단순히 게임속 몹을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만한 이용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레벨이 올라갈 수록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낮은 레벨에서 사냥해서 나오는 아이템과 높은 레벨의 캐릭터가 사냥해서 나오는 아이템의 질적 차이가 크다. 사냥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유리하게 만든 게임의 구조는 정글논리와 비슷하다.

결국, 리니지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돈’이다. 모든 게 돈과 연관돼 있다. 이용자들 서로 필요한 아이템을 다른 이용자와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는 장점이 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리니지는 전문 장사꾼으로 넘쳐난다. 게임 속 시장에 가보면 전문 장사꾼들로 인해 캐릭터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게 7년이 지난 대박 게임 리니지의 현실이다.

현금의 유혹에 각종 꼼수 ‘극성’

사정이 이렇다보니 빠른 시간 레벨을 올리고, 많은 게임머니를 벌기 위한 온갖 꼼수들이 넘쳐난다. 게임속 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리니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파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다. 이 사람들은 “합법적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사냥이다. 아이템 거래사이트 가운데 한 사이트에서는 이색 알림글을 띄웠다.

“안녕하세요. OOOO 관리자입니다. 적은 초기투자 비용으로 많은 작업을 할수 있는 리니지 ‘자동사냥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전에 하시다가 여러 사정으로 그만 두셨거나, 자동사냥에 관심 있으시는 사장님에게는 아주 좋은 정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동으로 마법을 써서 캐릭터가 죽지 않게 프로그래밍된 자동사냥은 한 마디로 죽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패치 프로그램이 돌아다닌다.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크게 보이게 해주는 프로그램은 준수한 수준이다. 자동으로 엠피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게임아이템 복제까지 이뤄져 한국으로 유입이 된다. 엔씨쪽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항변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처방없이 임시방편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큰 문제는 엔씨쪽도 이런 문제의 해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손을 쓸 수가 없다. ‘현질’시장이 눈덩이처럼 커지다보니 관련 정책을 바꾸었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이템 때문에 살인까지 났던 게임, 게임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게임. 이것이 게임을 만든지 7년이 된 리니지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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