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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14:01 수정 : 2005.11.03 15:17

앤씨소프트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리니지Ⅱ 오프라인 게임문화축제 ‘리니지Ⅱ2005’를 찾은 관람객들이 주인공들 복장을 입고 캐릭터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다. 내가 처음 온라인게임을 배운다고 할 때, 게임매니아들은 한결같이 “왜 폐인되는 게임을 하고 그러냐”고 한소리씩 해대곤했다. 그들이 추천한 게임은 카트나 스타크래프트 등 인기있는 게임이었다. ‘짧고 굵은’ 그런 게임을 하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의외로 내 눈길을 끌었던 게임은 ‘리니지’였다. ‘리니지2’까지 나왔지만 난 ‘리니지1’이 더 매력적이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 이용자들은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서 게임하는 행태)’을 했다. 짧은 시간에도 얼마든지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었다. ‘돈’으로 해결되는 게임이었다. 그런만큼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게임이었다. 또, 이용자들 사이에 ‘피케이(PK)’라고 불리는 결투로 인해 게임속 캐릭터가 죽기도 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리니지는 그렇게 이용자들끼리도 서로를 늘 ‘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처음 1주일은 말그대로 ‘노가다’였다. 첫 시작이다보니 인터넷 지식검색에 물어보기도 하고, ‘꾼’이 되버린 이용자들한테 ‘노하우’를 배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몹을 죽이는 ‘노가다’없이는 해결되지 않았다. 애초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리니지는 “폐인되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처음으로 시작한 10월 줄째주 1주일 동안 하루평균 10시간이나 게임에 매달렸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이야 길어야 1시간이면 족하지만, 온라인 머드게임 리니지는 한마디로 ‘노가다’였다.

내가 선택한 캐릭터는 요정이었다. “마법사처럼 마법을 쓸 수도 있고, 레벨이 올라가면 좋은 케릭터”라는 ‘꾼’의 추천 때문이었다. 요정은 세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덱스, 콘, 카리요정으로. 덱스는 ‘힘’이었고, 콘은 ‘엠피(피라고 불림)’, 카리는 펫을 5마리까지 끌 수 있는 그런 요정이었다. 난 ‘콘’을 택했다. “레벨이 올라가면 피 걱정 안해도 된다”는 ’꾼’의 가르침 덕이었다.

리니지1


게임을 시작하면서도 늘 “님아~머는 머예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묻는 것도 지겨워 꾼들의 가르침이 집대성된 ‘플레이포럼(http://www.playforum.net/lineage)’를 자주 찾는다. 이 곳의 자료는 출력까지 하면서 공부하는 일종의 ‘교과서’였다. 혹시 리니지 하시다가 궁금한 거 생기는 분 있으면 이 사이트를 찾으시기를...

게임을 하면서 억울한 게 있다면, 성의없이 만든 ‘프린세스1111’이란 아이디였다. 여자아이디로 해야 남성 이용자들한테 도움을 받는 다는 이유로 꾼이 추천해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늘 ‘짱깨’(중국 이용자)로 오인받아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님 한국분?”이라는 질문을 늘 받곤 했다. 이 자리를 빌어 한 마디 한다면 “나 짱깨 아니거든, 제발 건들지 좀 마라!”.

‘노가다’인줄 알면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한 달 넘게 리니지를 한 뒤, 내린 결론은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게임속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같이 사냥도 다니고 출신학교, 직장, 외모, 돈 등을 떠나 동등한 ‘개인’일 뿐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 ‘혈맹’을 조직하기도 한다. 분명 리니지는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평가기준과는 달리 똑같은 캐릭터에 ‘레벨’이라는 능력치와 ‘고급무기’라는 차이만을 가지고도 게임속에서는 ‘제왕’이 됐다. 게임중에 몹을 죽이면 나오는 아이템들은 ‘현금장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재미’와 ‘돈 벌이’ 두개를 해결해주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은근히 기대했다. 좋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하지만 한 달 동안 돈되는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많이 나오는 곳도 레벨이 높아야 사냥을 갈 수 있었다. 간혹 나오는 좋은 아이템은 많은 이용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뚤어야 한다. 오늘도 그 경쟁속에서 아이템을 구하기 위한 사냥과 앵벌이는 계속된다. (다음회에 계속…)//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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