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9:24
수정 : 2005.08.01 19:25
김재섭기자의뒤집어보기
‘안기부 엑스파일’ 불똥이 엉뚱하게 이동전화 도·감청 문제로까지 튀고 있다. 일부 신문이 안기부 엑스파일 건을 보도하면서 이동전화 도·감청 문제까지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기부 엑스파일 가운데 관심을 끄는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권력기관이 몰래 국민들의 대화를 엿듣는 불법행위를 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정치권·기업·언론이 검은 거래를 한 게 드러난 것이다.
안기부 엑스파일은 대화 현장에 도청기를 설치해 얘기를 엿듣고, 녹음한 것이다. 통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통신, 그중에서도 이동전화 도·감청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기회에 권력기관의 통신 도청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다잡는 것이라면, 언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해당 신문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정치권, 언론, 기업이 검은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엑스파일 내용에는 눈을 감고, 도·감청 부분에 대해서만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의 검은 거래 현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거나 추정되는 언론이 권력기관의 이동전화 도·감청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공교롭다. 더욱이 일부 언론은 도청기를 사용해 법을 어기면서 남의 대화를 엿듣는 ‘도청’과, 법원의 영장을 받아 범죄 혐의자의 통화 내용을 엿듣거나 전자우편 및 문자메시지 등을 열어보는 ‘감청’을 혼용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미국방식(CDMA) 이동전화의 도·감청은,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체들은 시디엠에이 기술의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못박는다. 하지만 시디엠에이 기술도 사람이 만든 것인데 어찌 허점이 없겠느냐는 반박도 만만치않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가 기상천외한 기법을 찾아, 도·감청을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동전화와 유선전화 가입자 간의 통화가 도·감청됐다고 해서 이동전화까지 도·감청됐다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치다는 점이다. 퀄컴이 이동전화 비화기를 판매하고, 대통령이 비화 기능을 가진 이동전화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동전화도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도 바보짓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과 총리, 국가정보원장, 장관들에게 비화 기능을 가진 이동전화기를 사용하고, 국가정책에 관한 통화는 비화 기능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도청을 당해서가 아니라, 국가비밀을 다루는 자의 근무태도로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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