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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0 19:54 수정 : 2009.12.21 10:19

스마트폰 시대 특명1호 “액티브엑스를 제거하라”

국내 전자상거래 기반 ‘액티브엑스’ 스마트폰에선 작동 안돼
정부, 웹표준 개발 ‘수수방관’…기업들 자구책 마련 ‘전전긍긍’





“피시(PC)에서 잘 접속되던 사이트가 왜 아이폰과 옴니아2에서는 제대로 뜨지 않을까?”‘손안의 피시’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빠르게 퍼져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 인터넷의 기괴하고 초라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단말기 화면이 좁아서 제대로 뜨지 않는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의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모바일 웹의 꽃으로 불리는 인터넷쇼핑과 금융거래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다. 아마존닷컴, 이베이,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국외 사이트들은 국내에서 이용하기에 문제가 없지만, 유사한 국내 서비스는 ‘불가’ 상태다. 정부가‘인터넷 강국’의 상징처럼 내세우는 전자정부 사이트도, 국세청 홈택스도 모바일에선 불통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모바일 환경에서 고립의 벽에 부닥쳐 있는 것은 웹 표준을 무시한 채 특정한 환경에서만 작동하도록 장려돼온 탓이 크다. 인터넷 서비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정상 작동’하고 모바일에선 ‘동작 그만’ 상태에 빠져있다. 대표적인 게 액티브엑스(Active X·일반 응용프로그램과 웹을 연결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기술) 콘트롤로,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는 사이트와 서비스는 모바일에서 무용지물이다. 인터넷 사용환경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환경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는 흐름에서 걱정을 낳는 대목이다.

무선 인터넷 환경의 대표격인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에선 노키아의 심비안,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 엠에스의 윈도 모바일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에서 많이 쓰이는 웹브라우저는 오페라소프트의 오페라, 애플의 사파리 등이다. 액티브엑스는 윈도 모바일조차 지원하지 않는 등 모바일에서는 전혀 쓸 수 없는 문제투성이의 낡은 기술이다. 웹 표준을 무시한 채‘엠에스·유선 전용’으로 구축된 한국의 웹은 모바일 환경에서 ‘폐기 대상’인 셈이다. 다양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가 있는 시장에서는 표준을 지킨 기술만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 특명1호 “액티브엑스를 제거하라”
한국 인터넷이 외부로부터 고립돼 기괴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상황 앞에서 정부는 뒤늦게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했다. 방통위는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 홍역을 치른 지난 7월 인터넷 보안과 비표준의 문제가 액티브엑스에서 비롯한다는 판단에 따라, 액티브엑스 연구반을 꾸려 문제 해결 모색에 나섰다. 정부와 금융권, 전자상거래 기업, 보안업체, 포털과 게임업체 등이 달마다 모여서 액티브엑스 탈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듭된 회의 끝에 ‘액티브엑스를 벗어던져야 미래가 있다’는 인식엔 공감했지만,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지에 대해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인증서, 실명인증, 아이핀, 보안프로그램 등 국내 웹기술의 액티브엑스 의존상황이 너무 심각해 ‘액티브엑스를 벗어나자’는 주장은 강력한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이 나서서 액티브엑스를 쓰지 말자고 업계 전반을 적극 조정하지 않는 한 해결책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는 아직 소극적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부 시절 같았으면 강제로라도 업체들에 액티브엑스 문제 해결을 요구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단이 없다”며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 스스로 버리길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정부가 인터넷뱅킹 등이 가능하다며 액티브엑스 도입에는 앞장서서 길을 열었지만, 폐기대상으로 드러난 시점에서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웹 표준화를 연구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정부가 진짜 뽑아야 할 전봇대는 모바일 인터넷의 걸림돌인 액티브엑스”라고 지적했다.


그 사이 한국의 인터넷환경은 계속 고립의 길을 걷고 있다. 하나은행이 아이폰용 서비스를 내놓는 등 17개 시중은행들이 스마트폰 뱅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은행처럼 웹이나 모바일 어디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웹 표준 기술이 아닌, 특정제품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공동 스마트폰뱅킹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은행 김영만 부장은 “아이폰, 윈도 모바일, 안드로이드폰 등 3개 플랫폼용 스마트폰 뱅킹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3개 제품만 스마트폰 뱅킹이 되고, 점유율 1·2위인 심비안과 블랙베리에선 쓸 수 없다. 삼성이 적극 개발에 나선 리모(리눅스모바일)와 바다도 한국에서 스마트폰 뱅킹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액티브엑스

웹이 지원하지 못하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작동하도록 사용자 피시에 설치하는 기술로, 음악 재생, 동영상 보기 등에 적용된다. 웹 표준적 기술을 통해서도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지만 국내 웹사이트의 90% 이상은 액티브엑스를 이용해 구축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고 모바일에선 쓸 수 없는 등 보안과 비표준의 문제로 엠에스도 사실상 액티브엑스를 포기했다. 국내에선 보안프로그램과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 웹서비스가 액티브엑스 없이는 구현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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