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이폰을 예약한 시민들이 공식 런칭쇼가 열리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앞에서 줄을 서 있다. 런칭쇼에서는 온라인 예약자 중 1000명을 선정해 개통행사를 진행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은 KT가 보유하고 있는 1만3000여곳의 네스팟존에서 무료로 인터넷 접속을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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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개시따라 단말기값 인하 등 경쟁 격화
사업자 위주 무선인터넷 환경 판도변화 예고
#1 “아이폰으로 첫 트윗! 반응속도가 확실히 다름. 올레~” 아이폰 출시 행사가 열린 지난 2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밤새 줄을 서 아이폰을 개통한 벤처기업인 김진중씨가 트위터에 아이폰으로 글을 올렸다. 출시하기도 전에 가입 예약자가 6만5000명이 이른 아이폰은 이날 케이티(KT)를 통해 서비스를 개시했다. “터치 감도가 탁월하고 쓰기 쉽다”는 사용자들의 소감이 인터넷 공간을 채우고 있다.
#2 춘천에 사는 황아무개씨는 최근 에스케이텔레콤(SKT)을 통해 구입한 삼성전자의 옴니아2를 환불처리했다. 황씨가 사자마자 값이 20만원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음 아고라에선 구입한 지 14일이 지나 환불할 수 없는 구매자 위주로 1500명이 보상을 요구하는 서명을 벌이고 있다. 에스케이티 쪽은 “고객 불만은 이해하지만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격랑이 일고 있다. 아이폰을 쓸 뜻이 없는 가입자에게도 몰아치는 물결이다. 우선 이동전화 단말기 값이 내려갔다. 에스케이티와 삼성이 아이폰 대항마로 내세운 옴니아2는 물론 다른 단말기들도 줄줄이 값이 떨어지고 있다. 블랙베리도 가격 인하를 추진중이고,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은 약정조건으로 무료구입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7일 ‘아이폰, 한국시장을 흔들다’는 기사를 실어, “세계 2, 3위 휴대전화 제조사가 있지만 한국에서 삼성과 엘지의 단말기는 국외보다 평균 2배 값으로 팔리고 있다”며 아이폰 출시로 옴니아2의 값이 절반으로 떨어진 현상을 보도했다.
통신사업자와 단말제조사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다. 한 이통사 직원은“국내에선 1년에 2000만대의 단말기가 팔리고 소비자 취향은 다양하다”며 “외산 단말기 하나 때문에 보조금 경쟁이 재연되고 가격정책이 널뛰는 등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티에도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케이티가 아이폰 보조금 때문에 출시 첫해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케이티와 엘지텔레콤 역시 다른 스마트폰들에 아이폰을 의식한 보조금을 줘야 한다. 삼성은 옴니아2 값을 내리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일부 법인영업에선 이통사처럼 직접 고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단말기 값 인하는 잔물결에 불과하다. 이통사업자들은 그동안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 종류와 수준을 통제했지만, 아이폰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진짜 변화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자사가 운영하는 무선콘텐츠 네이트, 쇼, 오즈를 쓰도록 단말기의 무선랜(WiFi) 탑재를 막고, 데이터와 콘텐츠 매출을 일으켜왔다. 이통사가 통제하는 서비스는 소비자 불만과 이용 기피를 불렀고, 한국은 무선인터넷 후진국이 됐다. 아이폰에선 10만개 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올라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 이통사 경유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애플과 콘텐츠 개발자가 3대7로 매출을 나눠 갖는 온라인 콘텐츠장터 앱스토어는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상징이 됐다. 내년 초엔 구글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안드로이드폰도 잇따라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앱스토어와 경쟁하는 안드로이드마켓은 본격 무선인터넷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아이폰의 높은 인기는 디엠비(DMB)와 배터리 교환 불가능, 사후 서비스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와 곧 사그라들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갖는 의미는 판매량보다 국내 통신시장 구조의 변화다. 이통3사가 5:3:2로 시장을 분할해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자 위주로 운영해온 폐쇄된 시장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주부터 6만명을 웃도는 ‘아이폰 사용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주위에 아이폰 사용경험을 전파하며, 폐쇄적이고 후진적이라는 국내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현실과 ‘비교’할 것이고 향후 국내 사업자들에게 이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단말기 값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에서 아이폰이 하나의 기준 잣대를 제시하는 환경에 맞닥뜨린 것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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