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치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컨벤션온라인 2009’ 한국관에서 독일 청소년들이 엔에이치엔(NHN)의 ‘헉슬리’를 체험하고 있다. 엔에이치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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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 ‘게임컨벤션온라인 2009’ 통해 유럽진출 본격화
성장가능성 높지만 법규·선호도 제각각…전략 차별화해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수출산업인 온라인게임이 유럽시장 진출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동안 독일 라이프치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첫 온라인게임 전시회인 ‘게임컨벤션온라인 2009’에 참여해, 유럽의 이용자들에게 한국 온라인게임을 알리고 현지 업체들과 약 2200만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컨벤션온라인은 그동안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던 세계 최대의 게임전시회인 독일게임쇼가 올해부터 온라인 부문과 콘솔 부문으로 분리되면서, 온라인게임 특화를 내건 첫 전시회다. 한국은 엔에이치엔(NHN), 넥슨, 엔씨소프트 등 19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첫 전시회의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온라인게임 대표주자의 위상을 확인했다. 라이프치히가 있는 작센주 정부는 이번 행사에 주 총리와 경제산업장관 등이 참관해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 전시회를 키워나갈 계획을 밝혔다.
■ 한국업체 유럽 진출 러시 엔에이치엔은 대규모 체험관을 설치해 독일 청소년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엔에이치엔은 다중 온라인 역할수행 게임 ‘카로스 온라인’, 총싸움게임인 ‘헉슬리’ 등을 선보이고, 세계의 다양한 게임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오픈마켓 아이두게임을 소개했다. 엔에이치엔의 한게임은 국내에서 웹보드게임 업체로 알려진 회사 이미지를 적극적인 국외 진출을 통해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또한 한게임과 같은 게임포털을 각국에서 서비스해서, 독자적으로 외국에 진출하거나 마케팅을 하기 힘든 국내 게임업체들의 우수 게임을 국외에 서비스하는 게임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엔에이치엔은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의 가입자를 합치면 회원이 2억4000만명을 넘고 이들 나라에서 751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넥슨은 2007년 유럽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메이플스토리’와 ‘컴뱃암즈’를 오픈해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유럽시장에서의 넥슨 매출은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매출 규모를 넘어서, 1년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넥슨은 유럽에서 영어 이외에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등의 언어를 지원하고 40가지가 넘는 현지 결제수단을 통해 서비스 18개월 만에 2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엔씨소프트는 2004년 영국 브라이튼에 설립한 유럽지사를 기점으로 ‘아이온’의 인기를 유럽시장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내와 중국에서 인기가 검증된 여세를 몰아 아이온을 이달 중 일본과 대만에서 상용화한 뒤 곧바로 다음달 유럽과 미국에 공식 진출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업체 대상 홍보관을 열어 현지 업체들을 아이온 상대로 홍보와 상담에 나섰다.
■ 유럽시장의 특성 유럽의 게임 시장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 등 콘솔게임기 위주였으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게임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의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현재 7600만명 규모이지만, 2012년까지 해마다 30%씩 성장해 콘솔과 피시 패키지 게임 성장세의 2배가 넘을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온라인게임을 경험한 젊은층의 증가가 배경이다.
하지만 다양한 나라, 민족, 언어로 구성된 유럽 시장의 특성은 세밀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요구한다. 각국의 문화와 역사에 따라서 게임에 관한 법규와 선호도도 제각각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온라인 도박이 합법적이지만, 독일은 사행성 게임이 허용되지 않는다. 1, 2차 세계대전 패전 경험이 있는 독일에서는 게임에 대한 폭력성 심의도 매우 엄격하고, 대신 축구게임과 같은 스포츠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일찌감치 콘솔이 대세로 자리잡은 유럽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제한적 규모인 게 사실이지만, 중국과 달리 이용자들의 높은 지불 의사와 1인당 매출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정보 활용이 힘들고 결제 수단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유럽 이용자들의 유료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비춰 보면, 유럽 이용자 취향에 맞는 온라인게임을 내놓을 경우 큰 수익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라이프치히/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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