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T·KT 등 개설계획 잇따라 발표
수익성 등 검토없이 추진 우려 목소리 높아
애플의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온라인 장터를 본뜬 ‘한국판 앱스토어’ 청사진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성급한 따라하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등은 최근 잇따라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장터 개설 계획을 밝혔으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도 오는 6일 휴대전화용 콘텐츠를 만들어 팔 수 있는 개방형 온라인 장터 ‘와풀’을 연다. 애플 앱스토어는 지난해 7월 아이폰3G와 함께 공개된 이후 8개월 만에 3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다운로드 횟수가 8억회를 돌파했다. 앱스토어에 접속하는 아이폰과 아이팟터치가 현재의 2500만대에서 2013년엔 1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앱스토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게임개발자 변해준씨가 애플 앱스토어에 올린 게임 헤비매크는 10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0만여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휴대폰 게임 개발업체 게임빌이 지난달 앱스토어에 올린 4.99달러짜리 게임 ‘베이스볼 슈퍼스타2009’는 유료 애플리케이션 12위에 오르며 하루에 수천만원씩의 매출을 올렸다. 개발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지난 1월 개최된 앱스토어 개발 유료 세미나에 150여명이 참석한 데 이어 오는 10일 열릴 2차 세미나에는 두 배의 인원이 참가할 예정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오는 13일 개최할 앱스토어 사업설명회에는 3일 만에 1000명 정원이 마감돼 대기자만 5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동통신사에 종속돼 발전하지 못해온 국내 모바일 콘텐츠시장에 다양한 마케팅 채널이 생기고 개발자의 몫이 커진다는 점에서 일단 반기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발표되는 ‘한국판 앱스토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체가 구체적 계획이나 면밀한 검토도 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한국판 앱스토어’ 포부만 밝히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케이티가 추진하는 ‘앱스토어’ 계획은 현재로는 어떤 운영체제 아래서 어떤 단말기를 대상으로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앱스토어 구축을 위해서는 프로그래머가 어떤 개발도구를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지 상세한 안내와 소프트웨어개발툴 공개가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추진하는 와풀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축소될 수밖에 없는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 이동통신사 중심의 기존 왑서비스용 콘텐츠 장터라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온라인 장터를 연다고 장사가 되는 게 아니라, 이용자는 가장 뛰어난 콘텐츠가 있는 장터로 몰려들고 개발자들은 이용자가 많아 수익성이 보장되는 플랫폼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앱스토어 성공에는 무엇보다 장터를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개발자들의 신뢰와 열정이 결정적”이라며 “애플처럼 개발자들의 로열티가 높은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개발자와 함께 시장을 개척해본 경험이 없는 업체들은 힘든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앱스토어 개발자 세미나를 개최하는 류지영 케이모바일 대표는 “개발자로서는 반가운 변화이지만 개발 환경과 생태계를 중시한 온라인 장터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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