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7 14:59
수정 : 2007.12.27 17:52
이스트소프트·야후 무료제공 나서자
네이버도 “업체와 서비스 여부 조율”
‘국내업체 자생력 스스로 죽일라’ 우려
컴퓨터 백신프로그램 시장에서 무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 공짜로 배포된 백신들은 대부분 실시간 감시 및 치료 기능이 없었지만 최근 ‘공짜’임을 내세우는 백신에는 이런 기능까지 들어 있다. 특히 야후를 비롯한 포털들이 무료 백신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개인용 백신 시장에서는 무료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인용 백신 시장 규모를 연간 3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는 26일 무료 백신 ‘알약’의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버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알약 이용자는 70만여명이다. 야후코리아는 포털로서는 처음으로 실시간 바이러스 감시 및 치료 기능 등이 가능한 백신프로그램을 24일부터 무료로 야후 툴바에 올렸다. 앞서 네이버가 실시간 감시 기능을 포함한 피시보안 서비스 ‘피시그린’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보안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포털 업계에서는 야후의 움직임이 네이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네이버 쪽은 “피시그린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으로 업체들과의 조율에 따라 무료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움직임에 대해 국내 대표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쪽은 “시장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료 시장을 지키면서도 무료화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트소프트나 야후 등은 취약한 인터넷의 보안 환경 탓에 이용자 피해가 계속 늘고 있어 실시간 감시 및 치료가 가능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시장에 질이 떨어지는 무료 백신이 난무하다보니 어느 정도 질적 요건이 갖춰진 백신이 공급되면 보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무료화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서비스 무료화 대신 광고를 유치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무료 백신의 확대가 곧 인터넷 보안 환경의 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산 엔진을 가져다 무료로 서비스를 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기반을 무너뜨려, 결국 보안 프로그램 전체의 개발 환경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랩 관계자는 “누가 돈을 버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국내 보안업체들은 보안 사고가 날 경우 원인 규명이나 대책을 세워왔는데 외산 엔진을 가져다가 공급하는 업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후나 이스트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백신은 국내 업체인 비전파워가 만든 제품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후에서 서비스하는 백신은 외국 엔진을 도입해 만든 바이러스체이서와 비전파워의 기술을 혼합해 만든 것이다. 알약도 루마니아산 엔진인 비트디펜더와 비전파워의 기술이 혼합돼 있다. 비전파워 쪽은 “내부적으로도 보안 시장을 우리 스스로 죽이는 거 아니냐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무료화가 시장의 큰 추세라고 봤다”고 밝혔다.
보안 전문가들은 실시간 감시 기능이 포함된 무료 백신을 쓴다고 해서 보안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도 아니라고 조언한다. 시만텍코리아 보안사업 총괄 변진석 전무는 “개인정보를 훔치는 악성코드를 잡아내려면 기술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공격이 많아 엔진 자체에 대한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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