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6 21:22
수정 : 2006.04.27 15:37
게임·사이버주식·다운로드 중독 호소 늘어
‘위험 부르는 산업’ 안되게 제어 대책 절실
고등학교 2학년인 현진(18·가명)이는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데 빠져 있다. 친구들과 피시방에 어울려 다니다 빠져들게 된 게임 속에는 또다른 내가 살아간다. 가난한 집안 환경이나 학교생활의 갑갑함도 그곳에서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게임 캐릭터에게 예쁜 옷이나 팔찌를 사주면 마냥 행복할 뿐이다. 현진이는 게임 아이템을 받는 조건으로 이른바 ‘원조교제’(청소년 성매매)를 한 적도 있다.
아이티 산업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정보화 내부의 ‘중독’ 디엔에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과 음란물 중독, 사이버 주식 중독, 피2피 프로그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다운로드(내려받기) 중독 등 크고 작은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중독이 단순히 개인의 자기통제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가 안고 있는 위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집계한 상담현황 자료를 보면, 2002년 2599건이던 상담 건수는 2005년 3만2883건으로 1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초등학생은 250건에서 6019건으로 24배가 늘어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인터넷중독은 게임 등 온라인 접속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감정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증세를 이른다. 지난해 진흥원이 3천명을 조사한 결과 중독 고위험군은 2.4%, 잠재적 위험군은 10.2%로 사용자의 12.6%가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위험군에 속하는 비중이 15.3%로 성인의 9.9%보다 상당히 높다. 현재 전국민의 72.8%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초등학생의 97.9%, 3~5살 유아의 47.9%가 온라인에 접속한다. 중독의 위험은 만만치 않은 셈이다.
롤플레잉·시뮬레이션 게임의 연속성,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구조, 사이버 주식거래의 도박적 쾌락성 등은 온라인 사용자 일부를 구조적으로 위험에 노출시킨다. 사이버 재산과 인간관계, 흥분감 등이 중독의 매듭을 단단히 묶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티 산업이 쏟아내는 휴대용 장비들은 중독성 콘텐츠들에 대한 접근성을 나날이 높여준다. 덕분에 중독 고위험군은 피시방·무선인터넷 이용료, 커뮤니티나 아바타 장식비 등에서 일반 사용자보다 최대 5~6배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중독 대응팀의 장우민 전임연구원은 “중독은 청소년의 학교생활 파괴나 가정불화 등 또다른 피해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예방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온라인 게임 업계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중독 폐해도 심각하다. 중국은 한국산 게임의 중독성 때문에 게임 접속시간 제한 조처를 내놨을 정도다.
29일 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인터넷중독 해소를 위한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서는 옥성일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운영위원은 “중독을 부추기는 요소를 제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수익을 추구하는 온라인 부가서비스가 늘수록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업계는 중독방지 시스템과 장비도 제공하는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