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7 09:48
수정 : 2019.10.17 10:45
|
노동절인 5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2019 아시아미래포럼]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보호제도의 진화
둘째날 세션 5
전세계 1억명 이상 일하지만
사회적 보호·복지 ‘사각지대’
우버·배달 노동자들 대책 촉구
“유럽은 운영자에 의무 부과 추진”
|
노동절인 5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는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음식을 배달시키고, 여행을 위해 숙소 예약을 하고, 택시를 탈 때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앱을 활용한 공유경제나 플랫폼 기업도 승차, 숙박, 가사, 배달, 간병, 이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으로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산업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등의 장점으로 전세계적 확대 추세에 있다. 한국만 봐도 성장에 가속이 붙은 상태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보면, 배달 앱을 통한 거래액(모바일쇼핑, 음식서비스 항목)은 2017년 2조3543억원에서 지난해 4조7799억원으로 1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플랫폼 경제의 눈부신 성장 뒤에 기존 제도로 품을 수 없는 노동 형태가 생겨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감으로 경쟁하고, 노동자는 어디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와 사회복지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 플랫폼 노동자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무한경쟁으로 수입은 적고,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최대 54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2020년에 전세계 플랫폼 노동자가 1억1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저항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우버 기사들은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우버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일에 우버 앱, 또 다른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앱을 끄는 항의시위를 했다. 국내에서도 노동절인 올해 5월1일 앱으로 일감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모여 노동조합(라이더유니온) 결성식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7일에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위험을 떠안고 일하는 라이더들의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며 터무니없이 높은 보험료 인하 같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플랫폼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인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함께하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보호제도의 진화’ 세션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와 사회보장제도 적용 방안이 논의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경제시대의 사회보장제도’라는 발제문에서 “임금·노동 조건의 하향화 압력, 고용 불안, 차별, 사회적 고립, 장시간 노동, 법적 지위의 모호성 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의 경우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 교육훈련의 의무를 플랫폼 운영자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단체협상과 단체행동의 권리 부여, 사회보험 적용을 위해 보험료를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 세션에서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고 스테인 브루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이코노미스트가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 사이 회색지대에 대한 노동시장 규제’에 대한 내용을, 엔초 베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가 ‘디지털 사회보장’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토론자로는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선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