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6 21:17
수정 : 2020.01.07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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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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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금리성 자산’에 투자한다며
실제론 환금성 낮은 사모사채 사
피해 고객들 “안전한 채권이라 해”
1억 투자자 환급, 4천만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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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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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과 판매회사들이 일부 펀드를 ‘확정금리성 자산’에 투자한다며 고객들에게 부당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라임 펀드의 투자제안서와 판촉물을 보면, ‘라임 Top-2밸런스 6M’과 ‘라임 AI스타 1.5Y’ 등 일부 사모펀드는 ‘확정금리성 자산’에 투자한다고 적시됐다. ‘라임환매중단 피해자모임’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은 “○○은행에서 안전한 채권이니 맡겨놓으면 정기예금보다 낫다며 적극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고위험(1등급)으로 분류된 모펀드 ‘플루토-F1’에 투자했다. 이 모펀드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사모사채에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매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에도 투자해 확정금리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이 펀드들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채권에 투자해 안전하다고 해서 가입한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이 두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매출 채권에 투자했다. 판매사 직원들이 이같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판단의 자료를 제공했다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부당권유행위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었다면 라임과 펀드 판매사들은 고객보호나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라임 Top-2밸런스 6M’ 펀드는 투자위험단계 6등급 중 ‘보통’인 4등급으로 분류해 판매됐다. 4등급은 고위험자산에 50% 미만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 성향이 중간인 ‘위험중립형’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고위험 모펀드와 저위험 상품인 교보 채권형펀드(5등급)를 5대5의 비율로 섞은 덕분이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운용돼 만기가 돌아온 채권형펀드의 환급금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피해자모임 카페의 한 회원은 “1억원을 투자했는데 4천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만 입금돼 이상하다”고 말했다. 편입 비율대로라면 수수료를 떼도 5천만원 정도를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차입(레버리지)을 통해 고위험 펀드의 비중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고위험펀드에 배분된 5천만원에 50%의 지렛대를 활용하면 투자금액이 7500만원으로 불어나는 효과가 생겨 저위험펀드 투자분(5천만원)의 비중이 40%로 떨어진다. 실제 ‘플루토 F1’에 투자한 라임의 다른 자펀드(AI스타 1.5Y)도 80% 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증권사에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방식(TRS)이다.
실제 고위험자산 투자비중이 60%였다면 이 펀드의 위험등급은 4등급보다 높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등급 기준에 따르면 ‘고위험자산 투자비중이 50% 이상’이면 3등급, ‘레버리지 등 수익구조가 특수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초고위험인 1등급에 해당한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4대6으로 투자했거나 현금 유동성을 남겨놓기 위해 4천만원만 지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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