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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2 11:07 수정 : 2019.12.22 11:13

영국 고법, 대우일렉 중재 판정 취소 청구 기각
2018년 중재 판정 결과 원안대로 확정
“이란 다야니 가문에 730억원 지급하라”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인수·합병 사건의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S) 패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영국 고등법원이 지난 20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중재 판정부의 결정이 원안대로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란 다야니 가문 대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영국 고등법원은 중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야니의 중재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대한 것이므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중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영국 고법은 ‘투자’ 및 ‘투자자’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해 다야니를 대한민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의 가전업체 소유주 다야니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지난해 6월 판결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4월 다야니가 자신이 세운 싱가포르 회사 D&A를 통해 대우일렉을 매수하려다 실패하면서 불거졌다. 다야니 쪽은 채권단에게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으나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 부족한 LOC 제출)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 다야니는 당시 계약 보증금 578억원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채권단은 계약 해지의 책임이 다야니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다야니는 이에 2015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보증금과 보증금 이자 등 935억원을 반환하라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중재 판정부는 다야니의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이는 외국 기업이 낸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정부는 이후 다야니의 중재 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39개 금융기관)과의 법적분쟁에 관한 것이라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단 일원인 캠코는 대한민국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고, 캠코의 행위가 대한민국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야니는 싱가포르 법인인 D&A에 투자했을 뿐 한국에 투자한 것이 아니어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D&A가 대우일렉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계약금을 납부한 사실만으로는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영국 고등법원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와 ‘투자자’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해 다야니를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독일과 투자협정(BIT)을 맺을 때부터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피소 가능 국가가 됐다. 그러나 2012년 12월 론스타가 5조원대 청구서를 한국 정부에 보낸 뒤 2015년 1건(다야니 사건), 2016년 1건(하노칼 사건), 2018년 4건(미국인 서아무개 사건, 엘리엇 사건, 메이슨 사건, 쉰들러 사건)의 아이에스디에스가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2건(캐나다인 김아무개 사건, 게일 사건)의 중재의향서가 추가로 접수됐다. 누적 청구 금액은 9조원을 넘었다. 지난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독소조항’이라고 야당이 비판하자 같은 해 11월 기획재정부는 홍보 책자에서 “정부 조치가 정당하고 미국 투자자에게 비차별적인 경우에는 피소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런 주장이 무색해진 것이다.

금융위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모든 절차가 종료된 이후 관련 법령 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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