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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21:45 수정 : 2005.01.02 21:45

인도 뉴델리 마투라로드에 있는 현대차 전시판매장(모터플라자) 앞에서 한 인도인 부부가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브릭스 4개국을 가다

③ 인도
1. 세계경제의 ‘허파’
2. ‘제2의 중국’을 잡아라

인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곳 중 하나인 뉴델리와 아그라를 잇는 도로는 비좁고 포장 상태도 좋지 않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곳이다.

지난달 11일 기자가 찾았을 때도 나쁜 도로 사정 때문에 시속 50~60㎞ 이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 도로 주변은 배수가 안돼 매년 우기가 지나면 자갈길이 되곤 한다. 그나마 인도에서 도로관리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는 곳이 이 정도다. 도시만 벗어나면 보통은 비포장에 1차선 길이다. 또 여름이 되면 40도가 넘는 땡볕에 그나마 깔린 아스팔트는 녹아내리고, 우기엔 도로 위에서도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기 일쑤라고 한다.

‘현지화 전략’ 이 열쇳말

이런 인도에서 현대자동차는 아무도 하지 못한 신화를 일궈냈다. 지난 1998년 9월 인도 남부 첸나이에 공장을 짓고 첫 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현대차는 인도 최대 재벌인 타타그룹을 제치고 2대 자동차 업체에 올랐다. 2004년 말 현재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18.8%로 인도 국민차인 마루티(51.1%)에 이어 2위다. 포드(2.9%), 혼다(2.5%), 피아트(1.8%), 도요타(1.4%) 등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들은 현대와 큰 격차를 벌리며 줄줄이 뒤처져 있다. 특히 현대차 산트로는 인도 국민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 2001년 소형차 부문에서 마루티의 15년 아성을 깨뜨리고 1위에 오른 뒤 한번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 네루플레이스 전자상가에 있는 엘지전자 대리점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고르고 있는 현지인 고객.




여름엔 녹고 우기땐 물넘치는 도로
방수·경적·엔진 ‘맞춤설계’
정비소 400개 세워 현지화 서비스
현대차 산트로 ‘인도국민차’로

현대차 성공의 비결이 뭘까? “한 마디로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이라고 뉴델리 마투라로드 인도차 판매법인 본사에서 만난 민왕식 판매법인장은 생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편하게 장사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골 구석구석 발로 뛰면서 정비공장부터 확보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튼튼한 차도 잔고장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도시나 가야 정비공장을 찾을 수 있었던 외국차들과는 달리 인도 어디를 가도 차를 바로 고칠 수 있는 현대차의 장점은 인도 국민들을 감동시켰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300개의 판매점에 딸린 정비공장과 400개의 지정정비소를 인도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이를 2천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금도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지역 출장으로 보내는 정비업무 총괄 장덕상 차장은 정비소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히말라야산맥 아랫마을까지 헬기를 타고 다녀왔다.

정비소 2천곳으로 확장 계획

장 차장은 “시골마을에선 다른 회사차들도 현대차 정비소에서 수리를 해주도록 하고 있다”며 “도움을 받은 한 고객은 구입한 지 두 달도 안되는 일본 차를 팔아버리고 현대차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엘지전자 TV에 5개언어 화면기능 넣어
주요가전 시장 싹슬이
“한국 제품엔 인도인 존중 혼 담겨”

현대차 자체에도 성공비결이 숨어 있다. 인도 거리를 달리는 차를 보면 거의 하나같이 사이드미러를 접고 다닌다. 아예 나올 때부터 달려 있지 않은 차들도 많다. 대신 차 뒷면엔 어김없이 ‘경적을 울려주세요’(Horn please!)는 문구를 달고 다닌다. 차들은 앞만보고 달리고 옆으로 들어오는 차는 경적을 울리라는 소리다. 현대차는 경적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눌리는 부분에는 한국에서 쓰이는 것보다 몇 배 강한 소재를 사용하고 소리도 더욱 우렁차게 만들어 큰 호응을 받았다. 또 가짜 휘발유가 많이 유통되는 사정을 감안해 불순물에 강한 연료탱크 펌프를 새로 만들었다. 이래서 서울 본사에서도 인도에서 만든 차라면 전세계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통하는 차로 인정해주고 있다.

현대차 인도연구개발센터 정종하 차장은 “나쁜 도로사정을 감안해 스프링도 강화하고, 곧잘 물이 차오르는 도로 사정을 고려해 문을 닫으면 차가 배처럼 뜰 수 있을 정도로 방수에 정성을 들였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싼 부품은 아예 들어내버리는 외국차들을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인도에 진출한 엘지전자가 7년만에 인도 전 가전분야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도 발로 뛰는 마케팅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텔레비전(시장점유율 23%), 에어컨(31%), 세탁기(29%), 전자레인지(33%) 등 주요 가전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싹쓸이하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엔 6만평 규모의 델리 공장에 컴퓨터 라인을 추가하고, 인도 남서부 푸네에 4300만달러를 들여 완공한 제2공장에서는 내년부터 연간 200만대 정도의 유럽방식(GSM) 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달 9일 인도 뉴델리 최대 전자상가인 네루플레이스는 일요일을 맞아 전자제품을 사러나온 인도인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분비고 있었다. 이 곳 2층 건물에서 가장 목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엘지전자 컴퓨터 매장의 수바시 카락 사장은 “집집마다 엘지전자 제품 없는 곳이 없는데, 최근 판매를 시작한 컴퓨터도 엘지 상표를 보면 기능도 묻지않고 사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부유층도 엘지제품에 몰려

엘지전자 인도법인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홍섭 부장은 “공장에서 첫 제품이 나왔을 때 엘지가 어느나라 업체냐고 묻는 사람들 외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트럭에 생산한 제품을 싣고 무조건 시골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비디오나 영화를 틀어주고 노래자랑까지 열면서 제품을 알렸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에 인도인들이 열광하는 크리켓 게임을 집어넣고, 주마다 언어가 다른 인도 사정을 고려해 텔레비전 초기화면에서 힌디어, 타밀어, 뱅갈어 등 5개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엘지전자가 처음이었다. 이런 철저한 전략으로 엘지전자는 외국 제품들을 하나둘씩 밀어냈고, 지금은 인도 부유층들까지 가장 선호하는 고급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부유층들의 쇼핑장소로 유명한 메라울리 구루가온 거리의 사하라쇼핑몰 가전매장에서는 엘지전자 21인치 평면 텔레비전이 대당 450달러에 팔려 소니(360), 필립스(310) 제품을 따돌리고 있었다.

현대차와 엘지전자는 아예 인도를 수출기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국내 중소부품 협력업체 17곳과 함께 진출했던 현대차는 올해 현지에서 생산한 21만5천대 가운데 32.6%인 7만7천대(4억달러 규모)를 수출해 단일 제조업체 가운데 인도 최대 수출업체가 될 전망이다. 엘지전자도 오는 2007년까지 전체 생산품의 30%를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인도공과대학 에스엔 가르그 교수는 “현대차와 엘지전자는 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인도인들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혼이 들어있는 것 같다”며 “최근 인도업체들을 포함해 일본, 대만 등 다른나라 업체들도 한국업체들을 배우자는 열풍이 있지만 돌아선 인도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글·사진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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