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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6 16:30 수정 : 2019.06.16 20:50

비에이치시(BHC)의 가맹점주 모임인 가맹점협의회가 지난해 8월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본사의 광고비 부당전가 혐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소영 기자

‘튀김기름 과장광고·폭리’ 의혹 제기한
가맹점협의회 대표 상대로 일방 해지

법원 “제기 의혹 허위라 단정 못 해
본사에 중대한 피해줬다 보기 어려워”

가맹계약 안정성 보장-점주 권익 보장
법령 악용한 가맹본사 행보에 제동

비에이치시(BHC)의 가맹점주 모임인 가맹점협의회가 지난해 8월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본사의 광고비 부당전가 혐의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소영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비에이치시(BHC)가 가맹본부의 튀김용 기름 과장광고 및 폭리 등 의혹을 제기해온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를 상대로 가맹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최근 몇년간 가맹본부의 ‘갑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가맹 계약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취지로 마련된 법령을 악용해 가맹점주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가맹본부의 행보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윤태식)는 비에이치시 울산 옥동점 가맹점주 진정호씨가 비에이치시 본사를 상대로 낸 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지난 14일 일부 인용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2015년 1월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 1월 계약기간을 1년간 연장했다. 하지만 지난 4월12일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맹본부의 명성과 신용을 뚜렷이 훼손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했다. 진씨는 지난해 5월 발족한 가맹점협의회 대표로 활동하며 본사가 가맹점에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로 폭리를 취하고 올레산 함량을 과장했다는 등 의혹을 <한겨레> 등을 통해 제기해왔는데, 본사는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한 것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계약 해지에 앞서 가맹본부가 시정 요구를 2차례 이상 통보하고, 최소 두 달의 유예기간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경우’ 즉시 해지할 수 있는데, 이때도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맹본부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하거나, ‘본부의 영업비밀이나 중요정보를 유출’한 경우로 한정한다.

법원은 진씨의 의혹 제기가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먼저 진씨가 제기한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소 과장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보이기는 하나, 근거자료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진씨로 인해 가맹본부가 입은 ‘중대한 장애’가 명확하지 않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진씨로 인해) 브랜드 명성과 신뢰에 유·무형의 타격을 받았다’는 가맹본부 주장은 “추상적인 염려”에 불과하고, 오히려 지난 1월 기준 비에이치시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반대 증거가 있다고 꼬집었다. 진씨가 튀김 기름 원가 등 ‘영업비밀’을 유출해 본사에 중대한 피해를 줬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가맹점주 권익 보호 등 취지로 마련된 법 규정을 가맹점 옥죄기에 악용한 비에이치시 본사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진씨를 대리한 김재희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에 가맹계약 해지 요건이 엄격히 규정된 것은 본사보다 협상력이 약한 점주를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것을 법원이 재확인했다”고 했다.

아울러 2013년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거래조건 협의를 요구하는 단체를 결성해 활동할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가맹사업법이 개정된 뒤, 일부 본사가 가맹점협의회 활동을 가맹계약 해지의 빌미로 삼아온 관행 역시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진씨는 “앞으로 점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품질 개선이나 공급가 인하 등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함부로 계약해지를 하는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에이치시 쪽은 “법원 결정을 검토한 뒤 향후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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