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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3 17:28 수정 : 2005.10.03 17:28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인터넷을 통해 발급되는 민원서류가 위·변조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법원과 행정자치부 등 일부 기관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을 중단했다. 전자정부의 보안시스템이 엉터리라는 질타도 들린다.

등기부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 등은, 해당 번지의 집이 누구 것인지, 가족인 게 맞는지 등을 알려주고 증명해주는 구실을 한다. 위·변조될 경우, 다른 사람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달아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발급되는 민원서류도 위·변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위·변조된 것은 걸러지게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이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도 든다. 기술이나 보안의 문제로 간주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터넷으로 발급되는 민원서류 위·변조는 이용자 컴퓨터쪽에서 일어난다. 전자정부 컴퓨터가 민원인 컴퓨터로 보낸 민원서류 데이터를 중간에서 가로채 위·변조한 뒤 출력하는 방법을 썼다. 데이터 상태이긴 하지만, 민원인 손으로 넘어간 뒤에 위·변조되는 것이다. 전에 동사무소나 등기소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은 뒤, 문서의 글자를 지우고 다시 써넣는 방법으로 위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에는 글자를 감쪽같이 지운 뒤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써넣는 기술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컴퓨터 기술이 필요한 게 다를 뿐이다.

데이터를 중간에 가로채지 않고 위·변조할 수도 있다. 출력된 민원서류를 스캐너로 다시 컴퓨터로 읽어들인 뒤 내용을 고쳐 다시 출력하면 된다. 따라서 기술과 보안의 문제로 봐서는 해결책이 마련되기 어렵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민원서류를 받을 때 위·변조 여부를 살피거나, 민원서류 발급이 필요없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옳다.

우리나라의 국가정보화는 정보기술산업을 키우기 위한 수요창출 차원에서 추진된 측면도 없지 않다. 역대 정권은 정보화를 치적으로 내세우면서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실적 위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전산화했을 뿐이지 정보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 참에 국가 정보화 추진 전략을 재검토해, 민원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절차를 전자정부를 통한 ‘온라인 확인’ 기능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이왕 할 것 조금 일찍 시작하는 셈치고.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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