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검사에 운전자들 분통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아무개(50)씨는 지난 2월 말 구청으로부터 배출가스 정밀검사 통지서를 받았다. 정기검사를 받은 지 불과 보름도 안돼 날아든 것이어서 황당했지만 그는 공인 검사소에 가서 다시 검사를 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근처의 민간 지정검사소에 가서 재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김씨는 “30분만에 비슷한 검사장에서 합격과 불합격 수치가 무려 3배나 차이가 났다”며 어이없어 했다.

현행 자동차 배출가스 정밀검사 제도가 정기검사에 이은 이중검사 성격이 강한 데다 터무니 없는 검사 결과도 적지 않아 운전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시행하는 자동차 정기검사와는 별개로 배출가스 정밀검사는 환경부가 자동차 배출가스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대도시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도입한 검사 제도이다. 이 검사 제도에 따라 지난해부터 차령이 7년이 넘은 자가용 승용차와 5년 이상된 비사업용 승합차 등은 정기검사 말고도 해마다 의무적으로 배출가스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입 초기인 2002년 6만대에서 2003년 29만대, 지난해 146만대로 해마다 검사 차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대구 등 4개 광역 시·도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부산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정밀검사 결과 들쭉날쭉…브로커 개입 “뒷돈땐 통과” 소문
검사장마다 기기 · 방법 제각각 환경부쪽선 제도 개선 소극적

그러나 대기오염 개선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매연을 많이 내뿜는 형편없는 차량이 검사에서 통과되기도 하고, 반대로 멀쩡한 차량이 불합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운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행 상태의 부하검사를 실시하면서도 검사소마다 검사 기기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아 일어나는 혼선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자신의 디젤 승합차에 대한 배출가스 검사에서 불합격 맞은 이아무개(38)씨는 “주위에서 대행 업자한테 15만~30만원씩을 주면 합격시켜 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운전자는 “합격과 불합격 수치가 최고 7~8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느냐”며 “운전자들 사이에 대행 업체한테 맡기면 무사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소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은 자동차의 연료분사장치인 플랜저를 이용해 배출 가스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수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판권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기술이사는 “현행 배출가스 검사제도는 불합리한 검사 방법과 기준으로 사람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배출가스 검사는 주행상태에서의 부하검사이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는 생길 수 있지만 기존 정기검사보다 더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