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0 21:44
수정 : 2009.05.2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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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들의 최근 연도 사업확장 내용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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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압박받는 8개그룹 분석해보니
3년만에 총자산 122%↑…계열사수 60%↑
부채도 덩달아 급증…“유동성 위기 자초”
최근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재벌그룹들은 대부분 기업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경제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화를 자초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겨레>가 20일 금호아시아나·두산·동부·대한전선·웅진·동양·유진·애경 등 8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들의 기업인수 및 투자금액은 25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들의 총 자산은 2005년 말 47조원에서 2008년 말 105조원으로 122%나 급증했다. 계열사수도 평균 20개에서 31개로 60%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전체 기업집단의 자산과 계열사수가 평균 84%, 25%씩 늘어난 것에 견주면, 이들 8개 그룹이 몸집 불리기에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자산과 계열사를 늘려 재계순위가 높아졌지만, 부채도 함께 급증했다. 대한전선은 자산이 2005년 3조2천억원에서 2008년 8조6천억원으로 170% 증가하고, 계열사수는 15개에서 32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재계순위도 41위에서 25위로 16단계가 뛰었다. 그러나 부채도 1조5730억원에서 6조270억원으로 4배나 늘었다. 금호아시아나는 자산이 13조원에서 38조원으로 200% 가까이 증가하면서 재계순위가 14위에서 9위로 뛰었다. 하지만 부채도 8조4천억원에서 23조4천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웅진은 자산이 1조6천억원에서 5조9천억원으로 270% 늘어났다. 계열사수도 11개에서 29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50위권 밖이던 재계순위는 34위로 수직 상승했다. 유진은 자산이 8300억원에서 5조원으로 500% 이상 급증했다. 재계순위도 50위권 밖에서 41위로 껑충 뛰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임원은 “환율급등과 업종불황 등 외부환경이 악화된 일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외부차입을 동원한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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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의 2005~2008년 자산·계열사 증가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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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유진·웅진은 문어발식 사업다각화가 화근이었다. 대한전선은 2002년 이후 무주리조트·쌍방울·명지건설과 세계 1위 전선업체인 프리즈미안 지분(9.9%)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도 남광토건·온세텔레콤을 사들였다. 인수자금의 총 규모는 9300억원에 이른다. 건설이 주력인 유진도 2006년 이후 서울증권·하이마트·로젠택배 등을 차례로 인수했는데, 전체 인수자금 규모가 2조1천억원에 이른다. 학습지로 출발한 웅진도 환경생활·태양광에너지·건설·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06년 이후 극동건설·새한 인수 등에 8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두산은 2001년 이후 한국중공업·고려산업개발·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며 사업구조를 주류에서 중공업 위주로 바꾼 성공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중장비업체인 밥캣을 49억달러에 인수한 뒤 재무구조에 상처를 입었다. 두산이 성사시킨 10건의 대형 기업인수 규모만 7조3천억원에 이른다.
금호는 기존사업 강화를 위해 기업인수에 적극 나섰다가 고전하는 경우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했는데, 총 인수규모가 10조5천억원이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때 외부투자를 유치하면서 주식값이 낮으면 되사주는 ‘풋옵션’을 걸어, 주가하락으로 낭패를 불렀다. 동부·동양·애경은 기존사업 확장에다 신규사업 진출로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섰다가 다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동부는 반도체를 신수종사업으로 정하고 아남반도체 인수와 음성공장 신축에 이어 종합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며 1조3천억원을 투입했다. 또 기존사업인 동부제철의 전기로 건설에 8600억원을 투자했다. 동양은 2007년 한일합섬 인수에 이어 레미콘공장 신설·인수에 54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애경은 항공산업 진출과 삼성플라자 분당점 인수·평택 민자역사 신축 등 기존 유통사업에 5천억원 이상 투입했다.
기업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자체 자금력을 벗어나거나 수익모델에 대한 치밀한 사전준비 없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과욕이 될 수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 인수합병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그룹 중 일부는 2~3년 전부터 무리한 기업인수로 위험신호가 감지됐던 곳”이라고 말했다. 해당 그룹들은 당국의 구조조정 압박에 대해 “경제위기로 인한 현재의 어려움만으로 비난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정세라·이형섭·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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