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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6 19:22 수정 : 2019.07.26 20:49

지난 5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9. 게임 질병코드 논란

지난 5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에 맞서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은 문화다’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구는 코드 등록이 ‘게임의 질병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을 제외하고 나서도 게임 과몰입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치료법이나 정책 등을 만들고자 추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는 이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통받는 사람의 수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다면 무언가 조처를 취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이 가져올 효과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도 당연하다. 이미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게임중독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은 무용한 행위이며, 그 시간에 학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등록되기 전에도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고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을 혹하게 만드는 병원들은 성업 중이었다.

게다가 중독이라는 현상은 중독물질 자체의 중독성도 중요하지만 중독을 유발하는 환경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게임처럼 중독물로서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더 그렇다. 누군가가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일단은 게임보다는 그 사람을 둘러싼 요소들을 보는 것이 먼저다. 성장 배경,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 사회경제적 조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원인들을 찾아가다 보면 사회적 압력, 인간관계의 고민, 과도한 스트레스, 무엇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질병코드 부여는 이런 복잡한 원인 대신 게임중독이라는 편리한 핑계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의들이 게임이용장애를 엄정하게 판별하는지가 중요할까? 정신과에 손목을 붙잡혀 끌려오는 청소년들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들의 문제라는 것이 많은 전문의들의 이야기지만, 부모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치료에 성실하게 참여할 확률은 매우 낮다. 대신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나온 정보라며 ‘게임중독 잘 치료하는 병원’ 목록이 유통될 가능성이 몇 배는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진단이 나올 때까지 부모들은 자녀들의 손목을 끌고 병원을 옮겨 다닐 터다.

오늘날 게임을 문화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떻게 해도 어렵다. 사람들의 삶과 공명하며 즐거움과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봐도, 미술·음악·영상뿐만 아니라 체험의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인 예술이라는 면에서 봐도 그렇다. 게다가 2018년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152조, 한국에서만 13조에 달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의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근본적으로 모순적이다. 외화를 벌어오는 문화수출의 주력산업이라는 ‘진흥’과 아이들의 성적을 떨어뜨리고 타락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사고에 기반한 ‘규제’는 단 한 번도 서로 합의한 적이 없다. 그 가운데에서 업계 역시 13조에만 주력하고 게임의 사회적 영향력을 외면해왔다. 게이머들도 게임할 자유만을 주장하며 호전적이고 차별적인 커뮤니티 문화를 존속시켜 왔다.

게임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매체이고 거기에 참여하는 모두는 그에 대한 각자의 기여와 고민을 해야 한다. 학부모의 공포와 게임업계의 시장논리만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게임은 세상 속에 있다. 이것을 잊지 말자.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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