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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7 09:18 수정 : 2019.02.17 09:28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② 명절음식에 스파클링을 마셔보자

설 연휴가 지났다.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 엄마가 열심히 지퍼백에 전과 튀김, 잡채 등을 넣어준다. 예전엔 명절 뒤 남은 음식을 엄마가 싸준다고 해도 한사코 거부했다. 서울에 들고 가서 냉동실에 얼려둬봤자 꺼내 먹을 일도 없고 해동시켜 먹어봤자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심지어 내가 싸 갖고 갈 것까지 계산해서 많이 만든다. 왜냐하면 명절 음식은 좋은 와인 안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전이나 튀김, 산적에 막걸리만 떠올리지 말자. 와인 역시 훌륭한 조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내게는 죽은 음식도 살릴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가 있다! 다 식어서 눅눅한 튀김도, 상할까 봐 냉동실에 박제한 전들도 에어프라이어만 있으면 심폐소생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명절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뭘까. 다양한 명절 음식에 실패하지 않을 와인은 바로 샴페인이다. 기름기가 많은 튀김이나 전의 끝맛을 깔끔하게 잡아주고 고기나 해산물에도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모든 명절 음식에 잘 어울리는 ‘치트 키’인 셈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샴페인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몇년 전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는데, 파리에 살고 있던 친구는 내게 “프랑스에 왔으니 샴페인을 꼭 마셔보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달달한 와인은 안 좋아한다”고 답했다.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대답이었다.

첫째, 거품 나는 와인(발포성 와인=스파클링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하게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범주에 샴페인이 들어 있는 셈이다.

둘째, 모든 샴페인이 달달한 건 아니다. 샴페인은 당도별로 구분할 수 있다. 달지 않은 순서대로 브뤼트 나튀르(Brut Nature)-엑스트라 브뤼트(Extra Brut)-브뤼트(Brut)-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세크(Sec)-드미세크(Demi-sec)-두(Doux)로 분류된다. 가장 보편적인 브뤼트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달지 않고 적당히 드라이한 샴페인을 마시고 싶다면 엑스트라 브뤼트나 브뤼트를 마시면 무난하다.

물론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의 권유에 따라 샴페인을 마셨다. 그때부터 샴페인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의외로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샴페인값이다. 샴페인은 아무리 싼 것도 3만원대고 이조차도 할인 기간이 아니면 찾기 어렵다. 이럴 땐 대안이 있다. 다른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샹파뉴를 제외한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대부분 ‘크레망’(Cremant)이라고 부른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Cava)고,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아스티’(Asti) ‘프로세코’(prosecco)다. 독일은 ‘젝트’(Sekt)라고 부른다. 샴페인이 비싸서 부담될 때는 이런 대안을 찾는 것도 좋다.

보통 스파클링 와인은 식전이나 식후, 그리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축제’ 분위기에서 마신다. 명절 음식과 함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신다면 ‘잔치’ 느낌이 더욱 커질 것이다.

먹부림 언니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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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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