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07 19:02 수정 : 2016.08.07 22:16

[짬] 문화테마 여행서 펴내는 조용준 작가
‘내 책 쓰겠다’ 신문사 사표 뒤
영국 펍 문양, 남프랑스 라벤더 길
문화테마 접목한 여행 글쓰기

10년전 사마르칸트 타일에 매료
유럽·일본 도자기여행서 펴내
“박물관 한곳에서 사진 천장 찍어”

여행작가 조용준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여행작가 조용준(55)씨는 꽤 유능한 정치부 기자였다. 1989년 <시사저널> 창간호 커버스토리 기사(‘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를 직접 썼고 <동아일보>로 회사를 옮긴 뒤에도 줄곧 정치부에서 일했다. <주간동아> 편집장을 끝으로 2002년 ‘대책 없이’ 신문사를 나왔을 때 아내는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부러워한다. 옛 언론사 동료들이 특히 그렇다고 한다.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현재 공기업 직원이자, 여행 작가이다. 문화 테마와 여행을 접목한 글쓰기로 2011년 이후 6권의 책을 펴냈다. 세계 70개국을 다녀왔고 지금도 1년에 최소 3차례 해외 여행을 다닌다는 조 작가를 지난달 3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2년 전부터 세계 도자기와 타일을 테마로 책을 내고 있다. <유럽 도자기 여행>이 동유럽과 북유럽, 서유럽 편 세 권이 나왔고, 최근엔 <일본 도자기 여행-규슈의 7대 조선 가마>를 펴냈다. 동유럽 편은 3쇄까지 찍었으니 시장 반응도 있는 편이다. 일본 혼슈 지역과 동남아(타이, 베트남, 미얀마), 중국, 한국 등의 도자기를 다루는 책도 차례로 나온다. 2011년엔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를 펴냈다. 영국의 선술집인 펍 문양과 프랑스 라벤더 길과 고장을 역사 속에서 탐사한 책이다.

그는 도자기 시리즈를 여행서가 아닌 답사기로 규정했다. 인상기 수준에 멈추지 않고 세계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 책은 도자기의 탄생과 변천에 대한 작가의 탐구 내용이 태반이다. 나머지는 그가 온갖 공력을 들여 찍은 아름다운 타일과 도자기 사진들이다.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십중팔구 새로운 여행 좌표를 마음속에 새길 것이다. 스페인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대사의 방, 포르투갈 포르투의 역과 성당들, 네덜란드 델프트, 일본 규슈 사가현…. 타일과 도자기로 빛나는 공간들이다.

책 한 권에 어림잡아 1천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외국에 나가선 주로 사진을 찍습니다. ‘노가다’이지요. 박물관을 가면 보통 5시간을 박혀서 천장 이상의 사진을 찍지요. 저는 박물관의 요주의 인물입니다. 하하.” 그를 가장 설레게 했던, 도자기 보물창고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이탈리아 파엔차 도자 국제미술관”이다.

도자기에 꽂힌 사연이 궁금했다. “10년 전 회사 출장으로 우즈베크 사마르칸트에 갔어요. 사원과 묘지, 학교 외벽이 다 타일이더군요. 그런데 2009년에 일본 <엔에이치케이> 방송으로 포르투갈 다큐를 보니 역시 외벽에 타일을 장식한 건물이 많더라고요. 중앙아시아 타일이 왜 포르투갈에 있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죠.” 1년 뒤인 2010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도자기 현지 답사에 나섰다.

그는 1년에 한번은 꼭 유럽을 찾는다. 스페인만 6번 여행을 했다. 이런 내공을 바탕으로 문화테마 여행 코스를 직접 짜기도 한다. 그가 2014년 여행사 링켄리브의 요청으로 설계한 도자기 탐방, 프로방스 여행 코스엔 수백명이 다녀왔다.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가 어딘지 물었다. “남프랑스 무스티에생트마리에 가면 엄청난 라벤더 평원과 호수, 계곡이 어우러진 풍광을 볼 수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그는 지난 6월말에도 아내와 함께 프로방스 지역을 다녀왔다. “‘프로방스에서 죽기’란 테마로 책을 쓰고 있어요. 프로방스가 너무 좋아 언젠가 아내와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뤘지요. 아내가 왜 내가 프로방스에 빠졌는지 이해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는 자신의 도자기 애호는 ‘골동 취미’와는 다르다고 했다. 실제 그는 책에서 현대 도자기 명품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청자와 백자는 단순미, 비어 있는 아름다움이죠. 하지만 현대적 취향은 아닙니다. 요새 젊은이들도 청자, 백자에 대해 큰 감흥이 없어요. 도자기도 현대적 미감을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갖고 싶은 도자기를 꼽아달라고 하자 ‘일본 이마에몬 도자기’라고 했다. “이마에몬 가문이 14대째 대를 이어 만들고 있는 이마에몬 도자기는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가 세계 최고죠. 한 점에 최소 천만원 이상 갑니다.”

그는 한국의 도자기는 여전히 방황하는 단계라고 했다. “장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자기입니다. 생활자기가 발전하지 못하면 예술용으로 나아갈 수 없죠. 사는 사람이 없으면 예술로 나아갈 수 없어요.” 그는 일본 자기의 예술성을 가능하게 한 것은 생활자기를 구매하는 소비층이 있어서라고 했다. “일본은 전국시대부터 도자기를 숭상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강국이 된 것도 도자기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군함과 같은 무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