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맥주 입문서 낸 윤동교씨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저자 윤동교씨가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맥주잔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벌써 4쇄
정보와 재미에 직접 그림까지 세계 배낭여행기 블로그도 인기
“2만종 맥주 중 마신 건 1% 불과
여자들에 대한 글 계속 쓰고 싶어” 그의 맥주 소개법을 보자. 미남을 원하는 언니라면 이탈리아 맥주 ‘비라 모레티’를 마셔야 한다. 이 맥주의 라벨에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얼굴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썸남에게 작업을 걸고 싶다면 미국 맥주 ‘밸러스트 포인트 스컬핀’을 권한다. 낚시광이 만든데다, 7도라는 적절한 알코올 도수에 자몽과 복숭아·레몬 등 여러 과일 향이 인상적이란다.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같은 기질의 언니들에겐 프랑스 맥주 그림버겐이 어울린다. 재난으로 수도 없이 불탔으나 그때마다 재건된 그림버겐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여서다.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배시시 미소를 흘리고 결국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형마트의 맥주 진열대 앞에서 손님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어요. 한참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가장 흔한 맥주를 사가더라고요.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부드러운 흑맥주를 좋아한다면 이건 초콜릿 향이 나고, 이건 커피나 캐러멜 향이 나니 취향껏 고르시라고요.” 그의 책은 정감이 가득 배인 150장의 그림들로 느낌이 더욱 산다. 모두 그가 직접 그렸다. 책을 쓰는 1년2개월 동안 그의 집 냉장고는 수십개의 맥주로 가득 찼다. “맥주값만 수백만원이 들었어요. 하루에 한두 개씩 마시다 보니 집 안에 맥주 냄새가 풀풀 나고 몸무게도 8킬로그램이나 불었죠.” 어쩌다 맥주와 친해졌을까? “대학을 그만둔 뒤 방황하던 시절에 강남의 우드스탁이란 펍에 갔어요. 껌껌한 곳에서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으면서 사무엘 아담스란 맥주를 마셨죠. 그때부터 빠져들었죠.” 그는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왈가닥 소녀였다. 틈만 나면 선생님 얼굴을 칠판에 그려놓고 수업 시작 종을 기다렸다. 고3 때 외환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대 역사교육과에 들어갔다. “등록금 인상 반대 등 이슈를 가지고 거의 매일 재단과 싸웠어요.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릴 거라면 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을 그만둔 뒤 핸드메이드 장사를 하기도 했고 방송 그래픽, 온라인 광고,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옮겨 다녔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