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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0 18:57 수정 : 2016.07.10 19:38

[짬] 맥주 입문서 낸 윤동교씨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저자 윤동교씨가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맥주잔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동교(38)씨가 쓴 책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레드우드)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맥주 입문서다. 성인이면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게 술인데, 굳이 언니들을 위한 설명서가 필요할까?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의문이 조금씩 사라진다. 지난 2월 출간된 뒤 4쇄까지 찍었으니 반응도 꽤 있는 편이다. 윤씨를 지난달 2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젊은 여성이 맥주 즐기는 법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벌써 4쇄
정보와 재미에 직접 그림까지

세계 배낭여행기 블로그도 인기
“2만종 맥주 중 마신 건 1% 불과
여자들에 대한 글 계속 쓰고 싶어”

그의 맥주 소개법을 보자. 미남을 원하는 언니라면 이탈리아 맥주 ‘비라 모레티’를 마셔야 한다. 이 맥주의 라벨에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얼굴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썸남에게 작업을 걸고 싶다면 미국 맥주 ‘밸러스트 포인트 스컬핀’을 권한다. 낚시광이 만든데다, 7도라는 적절한 알코올 도수에 자몽과 복숭아·레몬 등 여러 과일 향이 인상적이란다.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같은 기질의 언니들에겐 프랑스 맥주 그림버겐이 어울린다. 재난으로 수도 없이 불탔으나 그때마다 재건된 그림버겐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여서다.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배시시 미소를 흘리고 결국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형마트의 맥주 진열대 앞에서 손님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어요. 한참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가장 흔한 맥주를 사가더라고요.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부드러운 흑맥주를 좋아한다면 이건 초콜릿 향이 나고, 이건 커피나 캐러멜 향이 나니 취향껏 고르시라고요.”

그의 책은 정감이 가득 배인 150장의 그림들로 느낌이 더욱 산다. 모두 그가 직접 그렸다. 책을 쓰는 1년2개월 동안 그의 집 냉장고는 수십개의 맥주로 가득 찼다. “맥주값만 수백만원이 들었어요. 하루에 한두 개씩 마시다 보니 집 안에 맥주 냄새가 풀풀 나고 몸무게도 8킬로그램이나 불었죠.”

어쩌다 맥주와 친해졌을까? “대학을 그만둔 뒤 방황하던 시절에 강남의 우드스탁이란 펍에 갔어요. 껌껌한 곳에서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으면서 사무엘 아담스란 맥주를 마셨죠. 그때부터 빠져들었죠.”

그는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왈가닥 소녀였다. 틈만 나면 선생님 얼굴을 칠판에 그려놓고 수업 시작 종을 기다렸다. 고3 때 외환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대 역사교육과에 들어갔다. “등록금 인상 반대 등 이슈를 가지고 거의 매일 재단과 싸웠어요.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릴 거라면 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을 그만둔 뒤 핸드메이드 장사를 하기도 했고 방송 그래픽, 온라인 광고,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옮겨 다녔다.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체력을 버티지 못해 대부분 스스로 그만뒀죠. 거의 매일 야근을 했어요. 야근 수당은 물론 택시비도 나오지 않았어요. 강남에서 집이 있는 수원까지 제 돈 들여 택시를 타고 다녔죠.”

아직 30대인 윤씨는 이 책으로 그의 인생 버킷리스트 두 개를 모두 성취했다. 첫번째인 ‘세계 배낭여행’의 꿈은 서른을 한 해 남겨놓고 6개월에 걸쳐 이뤄냈다. 싱가포르에서 모로코, 사하라 사막까지 모두 17개국을 누비며 실시간으로 쓴 ‘블로그 여행기’(blog.naver.com/gyofree)는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출판 제의도 받았는데 성사되지는 않았어요. 출판사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명품점 이야기가 없어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돈이 없어 커피포트에 계란이나 라면을 삶아 먹으면서 여행을 했거든요.” 두번째 버킷리스트가 ‘내 이름으로 된 책 쓰기’였다. “책을 쓰면 뭐가 좋을까 고민했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을 쓰고 싶었어요. 그게 맥주 이야기죠.”

윤씨는 2008년 직업이 경호원인 무술 고수 청년과 결혼했다. 이번 책을 내는 데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남편과는 다니던 절에서 만나 7년 연애를 했다. “신랑은 주량은 세지만 음주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번에 맥주값까지 주면서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신랑은 저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인정하고 지켜봐줍니다. 거기서 엄청난 자유를 느끼죠.”

계획을 물었다. “책 쓰는 게 너무 재밌어요. 배낭여행기를 각색해 그림책 위주로 낼 생각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들에 대한 글도 계속 쓸 생각이에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소맥을 좋아한다’는 기자에게 알코올 도수 8.5%로, 항아리병 모양인 벨기에 맥주 듀벨을 권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전세계에 2만개의 맥주가 있어요. 그 가운데 제가 먹어본 맥주도 200개에 불과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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