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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7 14:45 수정 : 2011.11.17 14:45

esc 230호 커버스토리 ‘배추부인 속보이네 소금총각 물만났네’ 취재 후기

 바람이 찼다. 지난 10일 백령도(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용기포선착장은 섬 바람이 매서웠다. 고춧가루보다 매운 바람을 맞고,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지만 기분은 들떠있었다. 백령도 향토음식인 호박김치를 맛 볼 생각을 하니 저절로 침이 고였다. 더구나 이곳은 까도남 현빈이 있는 곳이 아닌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행여 우연히 길을 걷다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백령도는 1년 전 냉면 취재를 위해 처음 찾았더랬다. 그때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때 황해도였던 백령도에는 북쪽 음식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냉면도 마찬가지였다. 메밀 함량이 많은 면은 뚝뚝 끊겼고, 뽀얀 육수는 살얼음을 깨먹는 것처럼 시원했다. 따로 나오는 따끈한 육수에 까나리액젓을 타먹는 마무리는 독특했다. 당시 귀가 번쩍 뚫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지에서는 도통 볼 수 없는 김치에 관한 것이었다. 김장철을 맞아 그 김치를 만나러 다시 백령도를 찾았다.

 백령도 호박김치는 김장을 끝내고 남은 배추조각과 시래기, 무, 호박, 까나리액젓, 전초 등을 넣어 버무리는 김치다. 충청도 호박김치와 같네, 외칠 분도 있겠지만 백령도 호박김치에는 ‘꺽주기 알’이 들어간다. 꺽주기는 삼세기를 말한다. 삼세기는 쏨뱅이목 삼세기과의 바닷물고기인데, 주로 매운탕으로 먹는다. 삼세기 알이 들어간 김치는 씹을 때마다 아드득아드득 대포소리를 내면서 고소한 향을 피운다.

 다시 찾은 백령도는 여전했다. 선착장 앞 횟집은 관광객과 군인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호박김치를 만나러 갔다. “기사님, 현빈 보신 적 있으세요?” “처음 왔을 때 난리였어요. 지금은 여기 없어.” 현빈이 없다고? 지난 4일 2박3일 일정으로 방산 수출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와 현재 소총수로 복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찌된 일일까? “현빈 보셨어요?” 점심식사를 하려고 들어간 한 음식점 주인에게도 물었다. “우리는 관심도 없어요. 애들이나 좋아하지. 처음 군인들이 데리고 와서 보긴 했어요. 잘 생기긴 했대. 실물이 훨씬 낫더라구.” 군인들이 자주 찾는 이 음식점 주인도 현빈이 백령도에 없다면서 말했다. “섬사람들 다 알아요. 근데 신문에 안 나오더라구요. 백령도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지.” 워낙 작은 섬이라서 용기포선착장에 현빈이 도착하면 다들 안다고 했다. 섬 소문은 빠르다. 그는 군인들이 과보호하던 현빈을 기억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현빈이랑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깐 군인들은 안 된다, 막아섰었는데.” 궁금증은 커갔다.

 다음날 호박김치를 싸들고 현빈이 복무한다는 63대대 앞에 갔다. 초코파이도 한 박스 샀다. “면회하러 왔는데요?” “어느 중대죠?” 맞다. 중대를 모른다. 해병대는 중대 행정반에 먼저 연락해서 면회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한다. “현빈 잘 있어요? 보셨어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군인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현빈 여기 없어요. 인도네시아 갔다 안 왔어요. 사령부에 있어요.” 정말 없는 것인지, 귀찮아서 핑계를 댄 것인지 알 도리는 없었다.

 인천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위해 용기포 선착장 행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현빈 때문에 관광객들 더 많아 졌나요?” “어디, 처음만 시끄러웠지. 우리한테 도움되는 것도 없어요.” 현빈의 자취는 백령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현빈!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백령도 호박김치는 17일치 230호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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