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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30 18:09 수정 : 2008.05.30 18:09

솔솔 위로 올라가는 연기는 맛난 사진의 기본이다. 사진 제공 스튜디오 416

[맛있는 사진] 따끈한 국
온도 낮추고 배경은 어둡게…역광도 필요
사냥꾼처럼 찰칵…히터나 가습기 쓰기도

미역국, 전골, 우동, 라면, 커피, 설렁탕, 홍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물이 들어간다는 점? 힌트는 '콜라, 사이다와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은 아니다. 콜라, 사이다는 청량음료이고 커피, 홍차 등은 끓여먹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이 좀더 분명해진다. 새하얀 천사의 날개 같은 따끈한 김이 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따스한 요리에서 김이 나지 않으면, 즉 식어버린 요리는 맛이 없어 보인다. 맛있는 따스한 요리라면 탁하지 않은 맑은 김이 나야 마땅하다.

촬영 전에는 분명히 보였는데 사진에는 ‘귀신 곡하게…’

하지만 분명히 내 눈에 훤하게 보였던 연기가 사진 안에서는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 몇 시간씩 셔터를 누른 보람도 없이 실망감이 자작자작 혈관 사이로 번진다.

연기를 만드는데 다리미만한 것이 없다. 사진 제공 스튜디오 416
광고 사진가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이런 실패는 하지 않는다. OO라면회사의 광고사진이나 ㅁㅁ푸드의 우동사진 등 모두 전문적인 기술과 사진가의 감각으로 탄생한 사진들이다. 그들의 '갖가지 방법'들을 알면 최고의 광고사진은 아니더라도 예쁘고 따스한 음식사진을 만들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카메라 앵글에 넣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실내 온도가 낮아야 한다. 다음은 연기의 배경이 반드시 어두워야 한다. 대부분 국 요리 광고사진들의 바탕이 검은 이유다. 그저 검은색 종이를 그릇 뒤에 세워놓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연기 뒤에 역광도 필요하다.

이제 요리를 찍으면 되는데, 이때 피사체의 성격과 느낌, 주장을 더 담아내기 위해서는 그릇과 물, 식재료의 구성도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동 같은 경우, 조금 작은 그릇에 삶은 우동을 담는 것이 우동의 면을 더 자세히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다. 국물은 너무 흥건하지 않게 우동의 면이 살짝 잠길 정도가 좋다.

약국에서 주사기 사려다 마약꾼으로 오해 받기도

자, 이제 하늘하늘 유혹하는 선녀의 옷자락 같은 가늘고 섬세한 하얀 연기를 만들 차례다.

요리사진도 자연스러운 것을 살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 끓이고 올라가는 연기를 카메라에 담으면 좋겠지만 시간의 제약, 일정한 모양이 유지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사진가들은 인공연기를 만든다.

인공연기를 만드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하고 많이 사용되는 것이 다리미이다. 촬영 직전 요리 위에 다리미를 놓았다가 셔터를 누르기 전에 뺀다. 수증기가 쉭쉭 솟는 다리미의 연기는 눈으로 즐기는 맛난 향이 느껴진다.

다리미가 귀찮으면 끓는 물을 셔터를 누르기 전에 살짝살짝 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히터도 좋은 기구다. 온도를 높여서 국 안에 히터를 넣고 바로 끓인다. 높은 온도 때문에 국이 끓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난로 위에 따스한 밥을 표현한 사진. 사진 제공 스튜디오 416
연기를 내는 화약약품도 있다. 용액 A와 B를 섞으면 가느다란 실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는 국 요리 등보다는 총구에서 나는 화약연기를 묘사할 때 많이 사용한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사진가도 있다. 가습기 입구에 가는 호스를 연결해서 촬영 직전에 연기를 분출시키면 된다. 더러 담배연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담배연기는 탁한 색 때문에 오히려 맛이 덜해 보인다.

연기하면 쉽게 떠오르는 드라이아이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따스한 요리사진에는 적당하지 않다.

셔터를 누르는 시점도 중요하다. 다리미를 뺀 직후는 너무 많은 연기가 올라가기 때문에 몇 초 숨을 고른 뒤 찰칵 누른다. 뷰파인더를 노려보면서 사냥꾼처럼 방아쇠를 당길 찰나를 잡는다.

한 사진가는 국물 안에 뽀글뽀글 올라오는 물방울을 표현하기 위해 약국에서 주사기를 구입하려 한 적이 있다. 졸지에 '마약사범'으로 오해받아 난감했었단다. (약국에서는 주사기를 팔지 않는다. 문방구에서 플라스틱 바늘이 달린 것을 판다.)

아름다운 요리 사진을 만드는 데는 실제 요리에 들인 노력에 못잖게 많은 땀이 필요하다. 혀의 온 감각을 발딱 일으켜 세우는 맛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 녹녹하기야 하겠는가!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스튜디오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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