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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2 17:43 수정 : 2008.04.02 18:32

오향닭

[박미향의 맛집] 연남동 중국음식점 거리
10여 곳, 사천 하얼빈 대만 베이징식 등 별미
대 이은 ‘손맛’으로 유혹…조선족 동포도 가세

번잡한 2호선 홍대입구역을 지나 연희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작은 삼거리가 나타난다. 그 삼거리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중국집 간판들이 눈에 띈다. 서울 속의 작은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연남동 중국집 거리다. 현재 서대문구 연희동과 마포구 연남동에 밀집해 살고 있는 화교들이 27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지역에 화교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게 된 것은 1969년 명동에 있던 한성화교학교가 이곳으로 옮기면서부터다. 한성화교학교는 원래 1948년 명동 중국대사관 안에서 개교했으나, 화교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과정만 명동에 남겨두고 중고등학교는 지금의 연희동 자리로 이사왔다.

이 골목에 있는 중국집은 대략 10여 곳에 이른다. 매운 맛으로 잘 알려진 사천식은 물론 하얼빈,대만,베이징 등 지역별로 다른 맛의 차이를 이곳에서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하지만 차림표에 ‘우리 집은 00식’이라고 표시해 놓은 것은 아니다. 주문할 때 주인에게 한 번 물어보고 맛을 음미해 보는 수밖에 없다. 화교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듯 겉모습이나 인테리어는 허름하다고 할 정도로 소박한 편이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중 연남동 중국집 골목 입구에 대형 패루(차이나타운 상징물)를 세우는 등 이 지역을 본격 차이나타운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볶은 땅콩 주전부리…직접 굽는 양꼬치…만두의 지존…

이 골목의 가운데쯤에 ‘향미(鄕味)’란 음식점이 있다. 종로구 수송동에서 40년 동안 중국집을 운영하다 6년 전 이곳으로 옮긴 화교 쟈오리엔이(조연의·68)씨의 음식점이다. 1938년 대만에서 건너온 그의 부친이 가업으로 중국음식점을 시작했다. 그의 아들 쟈오쉬오핑(조수평·46)도 명동에서 같은 이름의 중국집을 운영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셈이다.


대만 출신이지만 중국 본토의 맛도 적절하게 섞었다고 주인장은 말한다. 이 집에선 특히 차가운 요리들이 인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오향닭’이 이 집의 으뜸요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중국집에서 흔히 먹는 오향장육에 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었다. 닭 껍질의 바삭바삭한 맛과 육질의 부드러운 식감이 조화를 이룬다. 생닭에 캐러멜 소스를 바르고 살짝 튀긴 후 끓는 물에 쪄서 내는 맛이다. 소금을 묻힌 볶은 땅콩이 반찬으로 나오는데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 고픈 배를 달래준다. (02)333-2943.

양꼬치

한국에서 대표적인 꼬치가 어묵꼬치라면, 중국 사람들에겐 가장 즐겨먹는 것은 양꼬치다. 몇 년 전부터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가리봉동 등에서 중국식 양꼬치집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양꼬치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연남동에도 2006년에야 양꼬치집이 생겼다.

연남동 중국집 골목 안쪽에 ‘서대문 양꼬치’란 간판을 내건 주인 박창휘(39)씨는 하얼빈이 고향인 조선족 동포이다. 1988년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건너왔고, 2년 전 국적취득이 가능해지자 이 집을 열었다. 하얼빈식 중국요리는 향신료가 적게 들어가고 다른 중국요리에 비해 짠맛이 조금 더 강하다.

양꼬치는 1인분에 열 꼬치가 나오는데, 주문은 2인분 이상이래야 받는다. 손님이 직접 구워 먹을 수도 있지만, 굽는 것이 낯설다면 주인이 구워서 내오기도 한다. 꼬치는 중국에서 들여온 양의 갈비살과 엉덩이살로 만들었다고 한다. 다 구운 양꼬치 위에 향신료 ‘즈란’이 살짝 뿌려진다. 매콤한 향내가 코를 자극한다. 20가지 재료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다. 어묵꼬치를 먹을 때도 그렇지만 양꼬치도 식기 전에 후딱 먹어치우는 게 제맛을 느끼는 방법이다. 양고기의 누린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02)336-8885.

왕만두

이 골목 초입에는 ‘홍복(鴻福)’이라는 이름의 왕만두 집이 있다. 역시 화교인 주인 슨샨삔(손손빈·50)씨의 아버지는 원래 인천에서 중국집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20대 청년시절에 그는 가업을 잇기 싫어서 대만으로 도망치다시피 건너갔었다. 그곳에서 여행가이드를 하던 그는 그러나 10여년만에 고향을 찾듯 서울로 돌아왔다. 그의 말로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왕만두 맛이 그리워 돌아왔다고 한다. 자신을 서울로 돌아오게 만든 어머니의 그 왕만두로 그는 1998년에 지금의 이 자리에 ‘홍복’을 열었다. 홍복의 왕만두 재료는 야채와 돼지고기 등으로 일반 왕만두와 다를 바 없다. 만두피가 아주 얇아 만두 속맛을 곧바로 느끼게 하는 게 강점이다. 포장판매도 한다. 10개짜리가 1만 2천원이다.

(02)323-1698.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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