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9 17:40
수정 : 2019.01.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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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배균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이 29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 한편에 ‘연구자의 집’이 지어질 공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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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 공덕역 인근 공유지에
강연장·세미나실 갖춰 5월 개관
철거 가능성 커 컨테이너 8개로
박배균 교수 “새 학술운동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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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배균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이 29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 한편에 ‘연구자의 집’이 지어질 공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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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술운동은 대학 교수 중심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는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대학 안팎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탐구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연구자의 집은 이런 새 학술운동의 공간적 거점이 될 겁니다.”
29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에서 만난 박배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연구자의 집’이 들어설 공유지 한쪽을 가리켰다. 오는 5월이면 이곳에 지난 15년여 동안 구상으로만 존재했던 ‘연구자의 집’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연구자의 집은 변화의 시대에 맞춘 학술운동의 새로운 거점이다. 대학의 기업화가 심화하면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 교수 및 연구자들이 증가하는 등 대학의 구조가 급격히 변화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학술단체들엔 대학 안팎의 연구자들에게 안정적인 강의와 연구, 사회적 안전망이 돼 줄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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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에선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자의 집 창립총회’가 열렸다. 박배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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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학술단체협의회에서 처음으로 연구자의 집을 제안했고, 2013년 민교협에서 다시 추진했지만 동력이 부족했다. 2017년 6월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김귀옥 한성대 교수가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이 된 이후에야 논의가 되살아났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40억~50억원을 들여 100평가량 공간에 게스트하우스까지 들어선 건물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 조달이 어렵다는 판단 끝에 경의선 공유지로 눈을 돌리게 됐다.
경의선 공유지는 원래 국유지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경의선 지하화로 이전의 철길을 ‘경의선 숲길공원’으로 조성한 뒤,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이랜드공덕에 개발을 맡겼다. 마포구청은 개발사업 허가 등 시행에 들어가기 전까지 비어 있는 이 공간을 2013~2015년까지 ‘늘장’이란 시민장터로 운영했다. 2015년 공단과 마포구청이 늘장협동조합 쪽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늘장협동조합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으로 단체를 전환한 뒤 ‘스콰팅’(도심의 빈 공유지를 점유하는 문화운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아현포차 노점상, 청계천 상인, 행당동 세입자 등 행정과 자본에 의해 밀려난 이들이 모여든 곳이 되었다. 마포구청에서 수차례 철거 계고장을 보내는 등 항상 철거의 위협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연구자의 집은 컨테이너 8개동을 이어붙여 사무실, 연구공간, 강연장, 세미나실 등이 갖춰진 건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행정집행으로 건물이 철거될 상황에 대비해서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사비용 1억5천만원은 민교협 소속 교수와 후원자들에게 기부를 받아 현재 7천만원 가량이 모였다. 지난 26일 경의선 공유지에서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자의 집’ 창립총회를 열어 정관을 만들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5월엔 연구자의 집을 개관할 예정이다. “연구자의 집은 시민들을 위한 강연이 열리고,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와서 공부하는 ‘실천적 아카데미즘’의 공간이자 육아 등을 함께 하는 ‘상호부조’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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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지어질 ‘연구자의 집’ 조감도와 내부 공간 유사 사례들. 박배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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