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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7 18:04 수정 : 2020.01.08 02:05

‘호텔 사회’전의 일부로 옛 서울역사 서쪽 복도에 설치된 샹들리에. 최고은 작가의 작품으로,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전구로 몸체를 만들고 사카린 가루를 발라 얼핏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조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샹들리에 옆 창으로는 고속철 열차가 출발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문화역서울 284 이색전 ‘호텔사회’]
옛 서울역사 대합실에 차려놓은
커피숍·바버숍·귀빈실·칵테일바
커피·단팥빵 손에 든 관객들
근대 호텔 정취 오감으로 느껴

‘호텔 사회’전의 일부로 옛 서울역사 서쪽 복도에 설치된 샹들리에. 최고은 작가의 작품으로,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전구로 몸체를 만들고 사카린 가루를 발라 얼핏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조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샹들리에 옆 창으로는 고속철 열차가 출발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모히토와 블러디메리 한번 드셔보실래요?”

지난 70여년간 승객 행렬로 들끓었던 옛 서울역사 3등 대합실 공간에서 젊은 남성 바텐더가 칵테일을 권했다. 휑했던 대합실 한켠은 칵테일바 ‘오아시스’로 바뀌었다. 석류와 얼음을 넣은 무알코올 모히토와 토마토 등으로 만든 해장술 블러디메리를 천천히 마신다. 눈길은 바 인근에 차려진 수영장과 스파로 향한다. 서쪽 창문 너머, 프랑스 베르사유의 ‘라토나’를 본뜬 모조 분수가 물을 내뿜는 정원의 풍경이 보였다.

서울 봉래동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8일부터 시작하는 기획전 ‘호텔 사회’. 동선이 시작되는 곳은 천장의 아치형 큰 창이 빛을 쏘는 중앙홀. 여기에 레드카펫이 깔린 호텔 로비와 커피숍이 들어섰다. 그 옆 옛 여객 대합실은 칵테일바와 족욕탕, 기념품 판매점으로, 귀빈실엔 이발소(바버숍)가 차려졌다. 2층 대식당 공간엔 40~50년 전 워커힐 가무단의 쇼를 담은 영화와 그때 그 무대 장치가 늘어선 극장과 뷔페상으로 꾸몄다. 2층 가장 안쪽 옛 사무실은 침실로 변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가득 들어찬 낮잠 공간과 침대·소파·티브이가 있는 1인용 객실이 차려졌다.

‘호텔 사회’전이 시작되는 옛 서울역 중앙홀의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레드카펫을 깐 계단 진입 공간이 보인다.

물론, 서울역사가 실제 숙박시설로 바뀐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이 땅에 서구식 생활 문화를 전파했던 옛 근대호텔의 공간을 즐겨보라고 마련한 체험 공간이다. 130여년 전 처음 들어온 근대호텔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50여명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호텔리어가 생활사 놀이터를 옛 서울역 1·2층에 펼쳐놓았다. 관객들은 커피와 단팥빵을 맛보고,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호텔 로비와 수영장, 스파 공간에서부터 시각과 미각을 다독이면서 옛 호텔의 정취를 맛보게 된다. 뒤이어 서쪽 복도 정원에서 청년 작가들이 그리거나 찍은 호텔의 숨은 공간과 식물정원, 동물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이 끝나는 곳엔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전구로 꾸미고 사카린 가루를 바른 모조 샹들리에도 만나게 된다. 샹들리에 옆 창으로는 고속철이 출발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호텔 사회’전의 주요 볼거리 가운데 하나인 이발소(바버숍) 재현 공간. 옛 서울역사 1층 귀빈예비실에 차려져 있다. 7일 취재진 앞에서 호텔 이발실 영업 경력 40년을 넘긴 원로 이발사 정철수씨가 직접 시연하는 모습이다.

‘호텔 사회’전은 1880년대 일본인이 인천에 세운 대불호텔에서 시작해 이제 140주년을 바라보게 된 근대호텔의 역사, 호텔 변천사와 호텔 문화에 얽힌 몽상, 혹은 역사적 관점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다양한 조형물과 설치공간, 아카이브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 공간에선 원로 이발사가 직접 시연하는 이발실과 192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국내 호텔과 철도 서비스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호텔 열쇠, 열차표, 열차시각표, 관광안내도 등과 실제 단잠을 잘 수도 있는 자장가 흘러나오는 낮잠 방에 이르기까지 보고 맛보고 만지는 근대의 느낌이 출몰한다. 서울 시내 식당에서 공짜 식사를 할 수 있는 증표가 됐다는 70년대 조선호텔의 대형 객실 열쇠나 지금은 유물이 된 대형 호텔들의 고급 가구와 의자 등에서 지난 시절 권세의 흔적을 읽는 감흥도 남다르다. 고증과 상상 사이를 오가면서 근대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색다른 기획전이다. 3월1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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