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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3 14:53 수정 : 2019.11.04 02:33

정규 8집으로 돌아온 노브레인.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8집 ‘직진’ 발매한 노브레인

모기 잡으려다 연습실 태워먹은 얘기
용기·사랑·히어로 등 노랫말로 담아
스카 리듬부터 신명나는 연주곡까지
노브레인표 모든 음악, 앨범 한 장에

“크라잉넛과 구별은 평생의 숙제
시끄럽게 고함 친다 싶은 게 우리
록 밴드면 예능 출연하면 안 돼요?
록부심에 자신을 옭아매면 안 돼요!”

정규 8집으로 돌아온 노브레인.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 백(No Back), 노 빠꾸! 오직 직진하자는 정신을 담았죠.”

3년 만에 정규앨범인 8집 <직진>을 발표한 노브레인은 이번 앨범의 ‘핵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9곡의 수록곡 전부에 앨범 이름과 마찬가지로 ‘직진하자’는 메시지가 관통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힘내라는 말조차 건네기도 힘든 시대인데, 이제는 위로해주며 다독이기보단 ‘자극’을 ‘빡!’ 줄 필요가 있는 시점인 거 같아요.”(보컬 이성우)

‘한국 인디 밴드의 전설’이자 ‘한국식 펑크록의 창시자’라는 수식어가 과분하지 않은 밴드 노브레인은 여전히 발을 땅에서 떼어내 반쯤은 허공에 매달린 듯 정신없이 유쾌했다. 10월의 마지막날, 8집 <직진>을 들고 ‘친히’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찾은 노브레인을 마주했다.

이번 앨범은 ‘노브레인의 총체성’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여러 장르에 가득 담았다. 음산한 도시에서 유령들이 잔치를 한다는 내용의 연주곡 ‘유령 잔치 국수’, 로봇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만들려다 실패해 노브레인의 노래로 심폐소생시킨 ‘노브레인저’, 죽어버릴 만큼 슬픈 남자의 독백을 처절하게 담은 발라드, 군악대 행진곡 같은 ‘따라와’까지…. 이렇게 각양각색의 9곡 가운데 타이틀곡은 3번 트랙인 ‘같이 가보자’다. “이 곡은 이번 앨범의 키워드 같은 곡이에요. 대부분의 노래가 ‘힘들지? 힘들면 쉬어가’라고 말한다면 이 노래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힘들어도 쭉 우리랑 같이 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에요. 뮤직비디오에는 다른 밴드 동료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이 역시 힘들어도 함께 가자는 뜻입니다.”(기타 정민준)

8번 트랙 ‘왜 내 맘에 불을 질러’라는 곡은 짝사랑에 관한 노래지만, 모기를 잡으려다가 연습실을 태워버린 동료 밴드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다. “연습실을 추모하는 노래죠.(웃음) 그 친구는 오랜 시간 자책했거든요. 우린 그 친구를 계속 놀리겠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니까 좌절하지 말라는 뜻을 담았어요.”(이성우)

9번 트랙 ‘죽어버릴 만큼’은 앞선 ‘연습실 실화사건’처럼 힘든 일이 많아도 결국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노브레인의 곡 가운데 유일하게 드럼이 나오지 않는 발라드곡이다. 노래를 만든 드러머 황현성은 “감정의 폭발 대신 관조적인 태도로 꾹 참으면서 지나쳐 가는 느낌을 내고 싶어 드럼을 빼고 피아노를 쳤다”고 설명했다.

정규 8집으로 돌아온 노브레인.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중은 비슷한 시기 데뷔해 홍대 클럽 ‘드럭’을 주름잡았던 투 톱 밴드인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자주 헛갈린다. 최근 이성우가 출연한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노브레인을 크라잉넛으로 착각한 것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단 뜻이다.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자 베이스 정우용은 “술 냄새가 나면 크라잉넛, 술 냄새가 안 나면 노브레인”이라고 답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이성우는 “음악이 조금 치고 빠지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면 크라잉넛, 귀 따갑게 시끄럽고 고함을 지르면 노브레인”이라며 “사실 크라잉넛과의 구별은 평생의 숙제”라고 말했다.

노브레인은 흔히 ‘폼(가오)에 죽고 산다’고 여겨지는 록 밴드인데도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춰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왔다. <나 혼자 산다> 이전에도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등에 나와 화제를 모았다. “록 밴드는 예능에 출연하면 안 되나요? ‘록 부심’이 자신을 옭아매면 안 됩니다. 우린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이고 예능인은 아니지만, 우리 노래를 알리고 들려드릴 기회만 있다면 어디든 출연할 거예요.”(이성우)

유독 인디 밴드에 선입견이 많은 데 대해선 안타까움도 표현했다. 밴드는 배고파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변절자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황현성은 “나는 후배들한테 ‘정말 열심히 해 ‘부자 밴드’가 돼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성우는 “애들이 장래희망이 록 밴드라고 하면 부모님이 환영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앞장서 불을 지폈던 홍대 라이브 클럽 문화가 점차 사그라지면서 후배 인디 밴드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좁아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성우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홍대에서 우리가 좋아하던 가게들이 다 쫓겨나고, 공연장도 없어졌고 보러 오는 관객도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정우용은 “유행은 돌고 도니까 언젠간 관객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홍대의 작은 클럽부터 대형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라이브 무대에 꾸준히 올라 지금까지 4000회에 이르는 라이브 공연을 해온 노브레인은 “앞으로도 공연 위주로 활동하며 노브레인의 스타일로 ‘직진’할 예정”이다. “장르 상관없이 에너지를 뿜을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서든 공연할 준비가 돼 있어요. 꽉꽉 채운 앨범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직진하며 들어주세요.”(정민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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