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9 05:00
수정 : 2019.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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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엠시 맥주 페스티벌’에서 복고풍 <전원일기> 세트장 사이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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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재방송 90년대 드라마
누리꾼들 세대 막론해 인기 폭발
드라마 ‘응답하라…’ 영화 ‘건축학개론’
사랑받으며 촉발…축제로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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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엠시 맥주 페스티벌’에서 복고풍 <전원일기> 세트장 사이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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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춘 떡방앗간, 최불암 이발소, 문화 수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첨단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사이에 1970년대풍의 가게들이 들어섰다. 그 앞에 펼쳐진 평상에선 2019년 옷차림의 시민들이 둘러앉아 수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문화방송>(MBC)이 지난 4~6일 상암문화광장에서 연 ‘디엠시 맥주 페스티벌’ 현장이다. 6일 이곳을 찾은 박철희(46)씨는 “고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맥주 한잔 마시는데, 복고풍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왠지 마음이 더 푸근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를 기획한 <문화방송>의 한임경 미디어사업부장은 “올해 트렌드가 ‘뉴트로’라고 해서 축제장을 드라마 <전원일기> 세트장처럼 꾸며봤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복고 콘셉트의 축제까지 생겨날 정도로 레트로 열풍이 거세다. 유튜브로 과거 음악방송을 다시 즐기는 ‘온라인 탑골공원’이 유행하고,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끊임없이 나온다.
<에스비에스>(SBS) 공식 유튜브 채널 ‘에스비에스 케이팝 클래식’은 지난달 6일 1999년 <에스비에스 인기가요> 방송분을 라이브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에이치오티, 핑클, 지오디 등 1세대 아이돌 가수들과 사회자로 나오는 전지현, 김민희, 김소연 등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누리꾼들은 실시간 채팅을 하며 추억을 나누고, 젊은 층은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온라인 탑골공원’ ‘탑골가요’ 등으로 불리는 이 채널은 8일 현재 구독자가 15만8천명이나 된다.
유튜브로 옛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이들도 많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지상파 3사는 유튜브 복고 채널을 만들어 예전 방송을 올리고 있다. <가요톱텐> <토요대행진> 등 음악방송, <유머 1번지> 등 개그프로그램,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이 인기다. 과거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이들뿐 아니라 10~20대 젊은 세대도 열광하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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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음악이 다시 뜨면서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90년대 드라마뿐 아니라 당시 가요 프로그램도 재방송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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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눈에 띈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정해인·김고은 주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90년대 감성을 듬뿍 담았다. 라디오, 삐삐, 피시통신 등 당시를 상징하는 소품을 등장시키고 유열의 ‘처음 사랑’,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핑클의 ‘영원한 사랑’ 등 90년대 가요를 대거 삽입했다. 세계 유수 영화제 2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벌새>도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의 암울한 시대상을 담으면서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등 추억의 노래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레트로 열풍의 도화선은 2012년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그 시절 가요를 삽입하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예전 음악을 틀어주는 ‘밤과 음악 사이’ 같은 복고풍 술집에 중장년층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몰렸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의 음악·영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타고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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