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페스티벌 수난시대에 일부러 강렬한 음악으로만 채운 강원락페스티벌을 여는 김승한 콘텐츠아이디 대표. 콘텐츠아이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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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일 인제서 ‘강렬하고 묵직한’ 33팀 공연
전인권·YB 등 국내파 대미 장식
“다른 록페들 지지부진…내가 한번 제대로”
록페스티벌 수난시대에 일부러 강렬한 음악으로만 채운 강원락페스티벌을 여는 김승한 콘텐츠아이디 대표. 콘텐츠아이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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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파산 끝에 안정적 흑자 결실 “그들도 잘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의욕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니까요.” 김승한 콘텐츠아이디 대표가 말했다. 10년째 음악축제 일을 해온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1년부터 이벤트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10년 환경마케팅 회사 그린플러그드를 만들었다. 환경 개념을 퍼뜨리기 위해 음악축제를 연 게 제1회 그린플러그드 서울 페스티벌이었다. “끝나고 나니 바닥에 담배꽁초 하나 없었어요. 관객들 스스로 쓰레기 분리수거도 했고요. 공연은 잘됐지만 4억8천만원 적자였어요. 2회는 2억9천만원 적자, 3회는 2억2천만원 적자였죠. 2012년 초 킨텍스에서 연 그린플러그드 레드는 7억원을 손해봤어요. 결국 전 재산에 빚까지 30억원을 날리고 파산했죠.” 2013년 인터파크가 전액 투자하면서 4회 축제를 할 수 있었다. 7억원 흑자를 냈다. “그때가 페스티벌 시장의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듬해 돈을 빌려 축제를 직접 주최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연기하는 바람에 결국 부도가 났다. 이후 2015~2017년 축제 제작권을 인터파크에 팔고 그는 운영을 맡았다. 3년 연속 흑자였다. 지난해부터 그는 다시 축제를 직접 주최하고 있다. 그린플러그드 경주, 그린플러그드 동해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했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았는데, 큰일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죠. 곁에 ‘진짜’ 사람들만 남았고요.” 이제는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비결을 물었다. “출연진 라인업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게 차별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뭔가 다른 즐거움과 행복감을 선사해야죠. 우린 관객들 가방 검사를 안 해요.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외부 음식을 자유롭게 허용하죠. 유리병 등 위험물질은 자원봉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회수하면 돼요.”
8월16~18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처음 열리는 강원락페스티벌 포스터. 강원락페스티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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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반값 약속 지키게 돼 기뻐” 그는 오는 16~18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잔디구장과 소양강변 일대에서 강원락페스티벌을 처음 연다. 핀란드 헤비메탈 밴드 스트라토바리우스, 미국 데스코어 밴드 본 오브 오시리스 등 강렬하고 묵직한 음악을 하는 33팀이 참여한다. 록마니아들은 “진짜 록페가 나타났다”며 반긴다. “마음 한켠에 강렬한 헤비니스 음악에 대한 열망과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인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이런 음악들이 음악축제의 씨앗이 된다고 생각해서죠. 마침 다른 록페스티벌들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이젠 내가 한번 제대로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한 거죠.” 쟁쟁한 외국 밴드들이 많아도 맨 마지막 무대에 서는 ‘헤드라이너’로는 피아, 전인권, 와이비 등 국내 출연진을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록페스티벌인 만큼 왠지 이렇게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대신 다른 외국 밴드들에게도 충분한 공연 시간을 드릴 겁니다.” 그는 “많은 관객을 기대하진 않지만 골수 록팬들이 얼마나 모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록팬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조사를 통해 에어컨 나오는 실내체육관에서 침낭 깔고 잘 수 있는 패키지 티켓과 무료 셔틀버스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올해 잘되면 계속 하는 거고, 한계가 보이면 다른 돌파구를 고민해야죠.”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축제를 연기했을 때 불편함을 겪은 예매 관객 6천여명에게 그는 “나중에 다른 축제에 무료 초청하거나 50% 할인해주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7월 그린플러그드 동해에 이어 이번 강원락페스티벌, 10월 인제폴인뮤직페스티벌에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뻐요. 페스티벌은 관객과의 신뢰 관계에서 만들어지거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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