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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31 16:50 수정 : 2019.07.31 19:22

8월10~11일 성남아트센터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박세은(오른쪽)과 발레리노 최영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아시아 최초 수석무용수 최영규
‘브누아 드 라 당스’ 받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한예종 출신 1살차 동문 15년만에 재회
8월10~11일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에스메랄다’ ‘백조의호수’ 파드되 선봬

8월10~11일 성남아트센터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박세은(오른쪽)과 발레리노 최영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처음 봤을 때 누나는 정말 하얗고 인형같이 예뻤어요. 이젠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됐으니, 파트너로 춤추는 게 어떨지 너무 기대돼요.”(최영규)

“영규는 어릴 때부터 무척 진지했어요. 정확한 동작이 몸에 밴 친구라 교수님이 늘 칭찬을 했죠. 근데, 키는 제가 더 컸어요. 하하하.”(박세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에서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리는 두 무용수는 다시 10대 초반 중학생으로 돌아간 듯했다. 허물없이 “누나” “영규야”라고 부르는 친근한 모습에선 장난기가 물씬 풍겼다.

아시아 발레리노 최초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최영규(29)와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거머쥔 파리오페라발레단 제1무용수 박세은(30). 이름만 들어도 발레팬들이 환호할 세계적인 두 무용수가 재회했다. 오는 8월10~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함께 오르기 위해서다. 귀국 후 피곤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합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둘을 30일 서초동 한예종 연습실에서 만났다.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박세은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함께 무대에 오르는 건 15년 만이에요”(영규) “한예종 예비학교 시절 <인형요정>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로 처음이지 아마?”(세은)

같은 유럽에서 활동 중인 데다 어린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둘이라 무대에서 만났을 법도 한데, 프로 무용수로 파트너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서로 잘 아니까 연습하는 것도 너무 편하고 즐거워요. 무대에서 함께 춤출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요.”(영규) “영규는 입단 5년 만에 수석(무용수)이 됐잖아요? 이젠 저보다 키가 커진(웃음) 영규의 테크닉과 감성, 기대 중입니다.”(세은)

유럽 발레단의 휴가철인 7~8월이라 가능했던 무대다. 박세은은 특히 8월 말,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오르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많은 팬이 아쉬워했던 터라 뒤늦게 이번 갈라쇼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더 반갑다. “예술감독을 맡으신 김용걸 교수님이 파리오페라발레단 선배기도 하시고, 지난 2011년에 한 3개월 정도 한예종에서 교수님 강의도 들은 적이 있어 흔쾌히 합류했죠.”(세은)

15년 만에 만나 합을 맞춰 본 느낌은 어떨까? “무용단마다 스타일이 좀 달라요. 누나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스타일의 춤을 많이 익힌 터라 연습 중간중간 궁금한 걸 많이 묻죠. 각자 다른 곳에서 익힌 작품을 함께 하니 새로운 경험이에요.” “영규는 너무 여유로워져서 놀랐어요. 수석무용수라서 그런가? 하하. 파트너에 대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주니 고맙죠. 재밌게 춤출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정말 즐거워요.”

둘이 이번에 출 2인무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소재를 따온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이야기 <에스메랄다>의 ‘그랑 파드되’와 클래식 발레의 정수 <백조의 호수>의 ‘백조 파드되’다. 격정적인 느낌의 <에스메랄다>와 우아하고 고전적인 <백조의 호수>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막 공연이 아닌 갈라 공연이라는 점은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를 쭉 끌고 가면서 감정을 끌어올리고 밀당을 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전막을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해요. 갈라는 10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니 부담도 되죠. 하지만 이번엔 잘하려고 하기보단 즐기려고 해요. 제 마음이 전해져 ‘정말 춤을 좋아서 추는구나’하고 느끼셨으면 해요.”(세은) “다양한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수준 높은 세계적 무용수들을 통해 한 번에 볼 수 있으니 모아보는 재미가 있죠. 발레에 입문하는 분에게도, 발레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기회죠. 공연작 중에 <르 파르크>라는 작품을 예로 들면, 다른 부분은 좀 지루한데(웃음)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파드되 부분이 너무 좋아요. 임팩트가 상당하거든요.”(영규) 갈라라는 말을 “(관객이 지루해서) 집에 ‘갈라’, 둘씩 ‘갈라’ 공연해라”라고 풀이했다는 김용걸 예술감독의 ‘아재 개그’를 전하며 둘은 또 까르르 웃었다.

‘르 프리미에 갈라’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노 최영규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번 무대엔 둘 말고도 몬테카를로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헝가리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이유림 등 한국 무용수를 비롯해 파리오페라발레단 아망딘 알비숑·오드릭 베자르 등 전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돈키호테> <지젤>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보인다.

고국 무대가 그립고 반가운 건 긴 해외활동에서 오는 외로움과 어려움 탓도 클 터다. ‘향수병’을 이겨내는 비법 같은 거라도 있을까? “1~2년 정도면 향수병이 심한데, 7~8년이 넘어가니까 단념하고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아쉬운 건 제가 여자다 보니 관리도 좀 받고 미용실도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싶은데, 한국만큼 그런 부분이 잘 안 돼 있다는 점? 하하.”(세은) “누나 말이 맞는 게 잡고 있으면 늘 생각나지만 놓아버리니 나아지더라고요. 저는 가끔 한국 올 때마다 신기한 게 너무 많이 생겨 놀라요. 예전엔 고깃집 가서 호출 벨을 보고 너무 신기했어요.”(영규) “영규야, 난 배달 앱이 너무 신기했어. 뭐든지 배달되잖아. 하하하.”

외로움도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기면 덜어지는 법. 얼마 전 박세은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 “교회 오빠로 만나 6년을 연애했죠. 의지하는 내 편이 생기니 한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좀 줄어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저의 직업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니 큰 힘이 돼요. 영규야, 너도 그런 사람 만나야 돼.” “너무 부러워요. 저는 ‘절 누나’를 만나야겠네요.(웃음)”

웃고 떠들던 인터뷰의 말미. 박세은과 최영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습 좀 더 하자”고 일어섰다. 누가 연습 벌레들 아니랄까 봐. “누나 별명이 ‘빡세게 연습한다고 빡세’잖아요.” “영규야, 학생 때 너는 물 마시는 시간도 아낄 정도로 독하게 연습했거든?”

누군가 ‘연습과 훈련은 실력 있는 사람들의 겸손한 미덕’이라고 했던 말은 이들을 두고 한 말인 듯싶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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