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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9 14:34 수정 : 2019.07.29 14:51

페스티벌 주최사 요구로 공연이 취소되자 무료 게릴라 공연을 펼친 앤 마리.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페이크버진이 주최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제대로 준비 못해놓고 아티스트 탓으로 돌려
부분 환불 요구하는 관객에겐 무성의한 대응
음악팬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하자는 움직임도

페스티벌 주최사 요구로 공연이 취소되자 무료 게릴라 공연을 펼친 앤 마리.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국 가수 앤 마리가 출연하기로 했다 취소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출연 아티스트와 마찰을 일으키는가 하면 관객들에게도 무성의하게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악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7~2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기획사 페이크버진이 주최한 음악 축제다. 2017년 처음 생긴 페스티벌로, 1~2회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서 연 데 이어 올해 3회를 맞아 장소를 옮기고 규모를 키웠다. 록보다 전자음악, R&B, 힙합 등 요즘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음악을 내세우고 비슷한 시기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출연진을 대거 섭외하면서 다른 국내 록페스티벌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급부상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운영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페이크버진은 28일 앤 마리, 다니엘 시저, 빈지노 등의 공연이 우천 때문에 취소됐다고 공연 직전에 발표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고 전광판을 통해 알렸다. 이에 앤 마리는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난 무대에 오르고 싶었는데, 주최 쪽에서 공연 취소를 강요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주최 쪽이 무대에 오르려면 객석에서 우천과 강풍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다니엘 시저 쪽에도 같은 내용의 각서를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앤 마리는 이날 밤 호텔 라운지에서 자비로 무료 게릴라 공연을 펼쳐 상심했을 팬들을 위로했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미담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이번 사태를 만든 데 대한 주최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이보다 더한 악천후에도 공연할 수 있도록 튼튼한 무대를 마련하는 게 보통인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의 무대는 부실해 보였다. 자신들이 대비를 제대로 못해놓고 아티스트에게 말도 안 되는 각서를 강요하고 공연 취소를 아티스트 탓으로 돌리는 건 주최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관객 황아무개씨도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주최 측에서 자기들 맘대로 안전상의 문제 드립 치면서 일방적으로 아티스트들한테 공연 못한다고 통보했으면서 우리한테는 아티스트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취소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게, 진짜 국제적인 망신이고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페이크버진은 29일 오후 2시 현재까지도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인 27일 출연하기로 했던 R&B 가수 허(H.E.R.)도 공연 하루 전날 취소를 알렸다. 페이크버진은 “갑작스런 아티스트의 일방적인 통보로 공연이 취소됐다. 교통편 및 숙소, 무대 세팅까지 다 준비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통보받아 주최 및 유관 사도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에 허는 음반사 소니뮤직을 통해 “주최 측인 프로모터와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참석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페이크버진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공연이 취소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도 페이크버진은 허 내한공연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페이크버진의 무성의한 대응이었다. 취소 및 환불 안내문을 올렸는데, 허가 출연하기로 한 27일 당일권이나 27~28일 양일권 전체 취소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양일권을 예매했으나 27일만 취소하길 원하는 이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교통편이나 숙소 예약에 대한 보상책이 없는 데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페이크버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관객 허아무개씨는 페이스북 댓글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희화화한 문구에 대한) 무신사 사과문처럼 읽으면 끄덕이면서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는 자기들도 피해자니 징징 짜는 느낌이다. 주관을 했으면 좀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 음반직배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국내에선 페이크버진의 일 처리 방식이 미흡하다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해외 아티스트들은 잘 몰라서 섭외에 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티스트들도 공연기획사를 잘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건실하게 잘하고 있는 다른 공연기획사들에도 피해가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관객들도 출연진만 보지 말고 주최사가 어디인지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음악팬들 사이에선 페이크버진 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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