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1 12:05
수정 : 2019.07.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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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 작가가 최근 내놓은 재즈 만화책 <재즈 라이프> 한 대목. 북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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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 평론가 만화 ‘재즈 라이프’
16년 만에 선보인 재즈 만화 단행본
추천곡·유명 예술가 일화 등 소개
김광현 편집장 ‘판판판’
소장 레코드판 30장에 담긴 추억
가요·팝 추천곡에 담긴 사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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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 작가가 최근 내놓은 재즈 만화책 <재즈 라이프> 한 대목. 북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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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귀로 듣고 책은 눈으로 읽는다. 그런데 마치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책이 있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필연적으로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를 뒤적이게 된다. 음악을 찾아 듣지 않곤 못 배기는 책 두권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와인을 마시는 데는 필요한 게 많아. 예쁜 잔도 있어야지, 좋은 사람, 좋은 음악…. 밤이면 더 좋고. 아, 촛불도 있어야지.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재즈를 틀어. 그 안에는 다 있으니까.” 재즈평론가이자 만화가인 남무성 작가의 새 책 <재즈 라이프>(북커스 펴냄)에 나온 얘기다. 그가 2003년 내놓은 히트작 <재즈 잇 업!>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재즈 만화 단행본이다. <재즈 잇 업!>이 재즈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재즈 라이프>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편안하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낸 책이다. 남 작가는 와인을 마시면서 들으면 제격인 앨범으로 색소폰 연주자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와인라이트>를 추천한다. 아르앤비(R&B) 가수 빌 위더스가 부른 수록곡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는 재즈로는 이례적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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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 작가가 최근 내놓은 재즈 만화책 <재즈 라이프>. 북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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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을 접고 이사한 교외 마을 읍내 작은 술집에 혼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얼마 전 타계한 보사노바의 대부 주앙 지우베르투가 부른 ‘걸 프롬 이파네마’를 듣고는 따스한 정을 느낀 사연, 회를 좋아하지 않는 그가 부드럽고 달달한 도미 선어회를 맛보고는 ‘스시’라는 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을 떠올린 사연 등이 담백한 웃음을 자아낸다. 선어횟집 주인이 활어가 아니라고 따지는 손님이 많다며 “세상엔 못된 견이 두마리 있다. 하나는 선입견이요, 하나는 편견이다. 그걸 다 물리칠 수 있는 견이 바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 대목은 삶의 깨우침을 안긴다.
남 작가가 창간한 재즈 잡지 <몽크뭉크> 편집장을 시작으로 20년간 재즈 잡지 만드는 일을 해온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이 난생처음 쓴 책 <판판판>(책밥상 펴냄)도 음악을 듣지 않고는 책장을 넘기기 힘들다. 자신이 소장한 레코드판(LP) 30장을 소개하며 그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재즈 잡지 편집장이기 이전에 음악 애호가로서 재즈·가요·팝에서 각각 10장씩 ‘인생 명반’을 골랐다. 조동익의 <동경> 수록곡 ‘엄마와 성당에’를 들으며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어머니를 모시고 추억의 성당에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하고, 송창식의 ‘하얀 손수건’과 ‘밤눈’을 들으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는 대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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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이 최근 내놓은 책 <판판판>. 책밥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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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라디오에서 레드 제플린의 ‘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 라이브 버전을 듣고는 ‘야, 디제이가 음악을 제대로 아네’라고 생각한 일화도 눈길을 끈다. “‘신스…’ 라이브 연주는 앨범으로 나와 있지 않아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 <더 송 리메인스 더 세임> 레이저디스크에서 음악만 들려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당시 디제이는 지금 <제이티비시> 사장을 맡고 있는 손석희 아나운서였다. 책에서 농반진반으로 “손 사장님, 그 음악 튼 거 기억나세요?”라고 던진 질문을 봤는지 손 사장은 최근 “저의 최애곡인 그 노래를 저의 마지막 방송 마지막 곡으로 튼 걸 기억한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김 편집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음악은 새로운 인연을 잇고 이야기를 만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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