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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8 17:31 수정 : 2019.07.18 23:06

김동욱 사진가의 개인전 ‘서울, 심야산보 II’에 출품된 2019년 작 <을지로 3가 240>. 1961년 건립된 을지로 낡은 상가건물 한채를 심야에 초상사진처럼 찍었다. 건물의 이미지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의 표현성 강조한 전시 2제

한밤중 낡은 건물만 골라 찍은
김동욱 사진전 ‘서울 심야산보II’ ‘

젊은 작가 12명의 릴레이 전시
메이킹 포토 선보이는 ‘사진에 관하여’

김동욱 사진가의 개인전 ‘서울, 심야산보 II’에 출품된 2019년 작 <을지로 3가 240>. 1961년 건립된 을지로 낡은 상가건물 한채를 심야에 초상사진처럼 찍었다. 건물의 이미지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은 포착된 경험이며, 카메라는 경험을 포착해두려는 심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주는 의식의 도구다.”

미국의 지성으로 꼽히는 작가 수전 손택(1933~2004)은 1977년 펴낸 책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진이 지닌 권능의 원천을 이런 명구로 풀이했다. 손택은 사진을 ‘실제를 베낀 그 무엇’으로 묘사했는데, 그 이면엔 경험, 즉 과거를 언제라도 생생히 볼 수 있도록 쌓아두려는 욕망이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의 통찰은 현대 작가들이 재현을 넘어 의식과 감정의 표현 매체로 사진술을 택하고 기법과 구도에 집착하는 배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여름 손택의 명제와 잇닿는 기획전시들이 차려졌다. 한밤중에 시내를 배회하면서 낡은 건물만 골라 초상사진을 찍듯 카메라를 들이댄 김동욱 작가의 개인전 ‘서울, 심야산보 II’와 필름 표면을 긁거나 인화지 표면을 손질한 ‘만드는 사진’(메이킹 포토)을 선보이는 연속 기획전 ‘사진에 관하여’다. 실체 포착을 넘어 표현 매체로서 사진의 가능성을 묻고 나름의 해법을 보여주는 자리다.

서울 강남역 부근 스페이스22에 차려진 김동욱의 근작들은 인적 드문 심야에 서울 도심을 산보하며 찍은 낡은 건물 사진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열린 이 연작 전시는 서울 도심 옛 근대 건물들을 소극장 무대로 호출해 벌이는 모노드라마 같다. 이승만 정권 시절 도시경관 미화용으로 급조한 을지로·종로의 옛 상가 주택들과 옛 개신교회 예배당이었던 무교동 먹자골목 빌딩, 육중한 벽체를 간직한 채 고립된 옛 용산철도병원 등의 심야 풍경이 잇따라 이어진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실루엣을 드러낸 근대 건축물들은 타일과 콘크리트, 벽돌 벽체의 질감과 이미지를 통해 과거 생활공간의 경험을 낯설게 불러들인다. 근대의 기억에 대해 공간적으로 새로운 성찰을 이끌어내는 의욕적 작업이라 할 만하다. 8월9일까지.

‘사진에 관하여’ 전시에 출품한 오성민 작가의 2012년 작 <#018>. 필름에 칼로 숱하게 긁은 흔적(스크래치)을 낸 뒤 인화하는 방식으로 잠재된 기억의 흔적을 표현했다.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사진에 관하여’는 젊은 작가 12명이 8월29일까지 4개의 섹션 전시를 연속해 벌인다. 현재 진행 중인 두번째 섹션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27일까지)에는 커터칼로 필름 표면을 조밀하게 긁은 ‘스크래치’ 기법으로 손가락·인물 등의 실루엣을 표현한 오성민 작가, 인화지 표면에 다양한 사물 흔적을 탁본하듯 아로새긴 라인석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내면에 잠재된 기억의 흔적을 의식의 표면 위로 끌어올리는 행위’(오성민), ‘사진이 빛으로 세계를 만지듯 사진에 촉감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라인석)이라고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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