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1 10:50
수정 : 2019.05.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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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미술관에 전시중인 요절작가 장동호의 <프란치스코 성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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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독교 성상 주제로 한 장동호 유작전
②‘멈춤과 통찰’전으로 눈길수행을
③진천에 펼쳐진 북한 판화 대형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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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미술관에 전시중인 요절작가 장동호의 <프란치스코 성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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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세상 속엔 우리가 잘 모르고, 넘겨짚지도 못하는 구석이 널리고 널렸다. 미술은 그 미지의 공간을 드러내는 창문이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인간풍경 이모저모와 마음 저편의 피안, 휴전선 너머 북녘의 삶이 조각과 그림, 사진, 판화 등에 담겨 나왔다.
먼저 발길 닿는 곳은 신심 깊었던 요절 작가 장동호(1961~2007)의 기독교 성상 전시장이다. 서울 효창공원 근처 골목길에 있는 김세중미술관에서 ‘봄빛과 십자가’라는 제목 아래 차려진 유작 회고전.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형태와 양감으로 표출한 생전 작업실의 미공개 유작 60여점을 처음 한자리에 모아 생전의 구도자적인 열정을 전해준다. <프란치스코성인상> <성가정상> <가시관예수님> 등 한눈에도 종교적 영성이 와닿는 철조, 청동상들의 윤곽선을 감상할 수 있다. 고인의 2002년 작가노트엔 이런 구절이 적혀있다. "봄빛과 십자가가 참으로 둘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같기 때문입니다. (…) 저의 일이, 제 작품의 흔적이 이처럼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선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염원합니다.” 6월9일까지. (02)717-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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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수에 나온 최선 작가의 <오수회화>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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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거리의 갤러리 수에 차려진 ‘멈춤과 통찰’ 전에선 눈길수행을 할 수도 있다. 변홍철 기획자가 만든 이 전시 출품작들은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 짓기 나름’이라는 <화엄경>의 가르침을 곱씹게하는 도상을 품었다. 푸른 바탕 화면에 하얀 포말이 약동하는 최선 작가의 <오수 회화> 연작은 미국 뉴욕의 하수구를 흘러가는 더러운 물의 표면을 본 작가가 낯설게 보기의 관점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자기가 느낀 감성과 내면 세계를 독특한 필치로 형상화해온 이피 작가는 여성의 달거리 때 배출돼 사라지는 난자의 운명을 촘촘하게 알들이 배열된 불화풍의 화면에 꾸며 그려냈다. 김용호 사진가는 작은 개구리의 눈높이에서 연잎을 바라본 <피안>을, 서고운 작가는 주검이 썩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은 일본의 옛 불화를 모티브 삼아 제작한 <사상도>를 내걸며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성찰을 권한다. 6월16일까지. (070)7782-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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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현대판화전에 출품된 박성철 작가의 <체조시간>. 모조지에 찍은 다색판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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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발품 들여 충북 진천읍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으로 가면 북한 현대 판화들의 작품마당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목판화의 대가로 꼽히는 김준권 작가가 기획한 ‘평화, 새로운 미래 북한의 현대판화’전. 남한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 북한 판화전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주체사상 원리에 따라 북한의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의 생활상, 자연풍경 등을 재현한 현대판화 115점을 선보인다. 북한판화는 석판화, 동판화가 거의 없어 목판화 일색이고, 담백한 수성 도료를 써서 찍는 게 보통이다. 장르적 독자성보다는 지도자 숭배나 이념적인 선전선동 기능을 중시한 출판화 성격이 강하지만 가볍고 맑은 색감에 자연풍경, 생활 일상, 전통풍속 등을 담은 삽화풍 이미지들이 정감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31일까지. (043)539-3607~9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각 전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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