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5 10:39
수정 : 2019.04.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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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집 <전설>을 발표하고 대세로 떠오른 그룹 잔나비 멤버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훈(보컬), 유영현(건반), 김도형(기타), 윤결(드럼), 장경준(베이스). 페포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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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모인 원숭이띠 동갑내기들
손에 꼽던 관객들, 이젠 전석 매진
틈틈이 만든 곡으로 2집 ‘전설’ 발매
비틀스·유재하 느낌 팝·가요 담아
리더 최정훈, TV 예능서 인기 스타로
“어릴 때 부모님이 듣던 음악 엿듣듯
아련함 풍기는 서정적 노래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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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집 <전설>을 발표하고 대세로 떠오른 그룹 잔나비 멤버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훈(보컬), 유영현(건반), 김도형(기타), 윤결(드럼), 장경준(베이스). 페포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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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내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잔나비’와 ‘최정훈’이 오르내렸다. 그룹 잔나비의 리더 최정훈(보컬)이 지난 12일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1992년생인 그가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을 쓰고, 엠피3 플레이어로 박인희가 1970년대에 부른 번안곡 ‘스카브로우의 추억’을 듣는 ‘레트로 라이프’가 화제를 모았다.
앞서 잔나비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2집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벅스 음원 차트 정상을 찍었다. 한달이 지나고 방탄소년단 신보가 공개된 이후에도 주요 음원 차트 20위권을 지키고 있다. 인디 밴드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우리끼린 없던 일처럼 생각하자고 했어요. 애초 목표했던 게 아니니까.” 지난 12일 저녁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최정훈이 말했다. 당장의 성공에 취할 법도 한데, 원숭이띠 동갑내기 친구인 잔나비 멤버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잔나비는 2012년 결성했다. 중고등학교 때 스쿨밴드를 같이 했던 최정훈·김도형(기타)·유영현(건반)으로 시작한 뒤 나중에 장경준(베이스)·윤결(드럼)이 합류했다. 최정훈은 한때 아이돌 밴드에 특화된 기획사 에프엔시(FNC)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있었다. 계속했으면 엔플라잉 멤버가 됐을 수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자유롭게 음악 하는 게 좋아 소속사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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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잔나비의 리더 최정훈이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장면. 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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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13년 처음으로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 타 무대에서 선 날을 기억한다. 관객은 그다음 공연할 밴드 멤버들뿐이었다. 첫 단독공연 때는 관객 40여명 중 35명가량이 지인이었다. 이제는 전국 투어 전석이 매진된다. 3월16~17일 열린 서울 공연에는 2800명이 들었다. “우리는 갑자기 빵 뜬 계기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어요. 공연 때마다 관객이 서너명씩 늘더니, 어느 날 보니까 확 늘어 있더라고요.”
앨범도 그렇다. 2014년 발표한 데뷔 싱글 ‘로켓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2016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몽키 호텔>도 즉각적 반응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최근 내놓은 2집에 와선 얼떨떨할 정도로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1년여간 전국을 다니며 150차례 넘게 공연하면서 틈틈이 만든 것이다. 칼을 갈고 역작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번 돈을 다 쏟아부었다. 그 결과물은 몇십년 전 팝과 가요의 정서를 품었다. 비틀스, 비치보이스, 퀸, 사이먼 앤 가펑클, 산울림, 유재하,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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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잔나비가 최근 발표한 2집 <전설> 표지. 페포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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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 공통의 추억이라면, 어릴 적 차 뒷자리에서 잠결에 부모님이 즐겨 듣던 음악을 엿들을 때의 아련함이에요. 그런 느낌의 음악을 해보자는 게 목표였죠. ‘외갓집 갈 때 엄마 차에서 듣던 음악 같다’는 댓글을 보고 많이들 공감해주시는구나 하고 신기해했어요.”(최정훈)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틀스, 비치보이스 같은 예전 그룹의 작업기를 많이 봐요. 스튜디오에서 실제 자전거 페달 돌리는 소리를 넣는 걸 보고 ‘멋지다. 우리도 저렇게 작업해보고 싶다’ 하는 거죠.”(김도형)
이들은 스스로를 밴드 대신 ‘그룹사운드’라 소개한다. 복고 이미지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70~80년대 그룹사운드에서 호칭이 밴드로 바뀌면서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밴드 하면 왠지 센 음악을 해야 할 것 같은 거죠. 하지만 우린 서정적인 가요 같은 음악도 하고 싶어요. 예전 그룹사운드들처럼요.”(최정훈)
2집 제목은 <전설>이다. 전설 같은 음반을 만들겠다는 야심이 불타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오해’를 무릅쓰고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우리 음악이 비롯된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면 전설 속 이야기 같아서”란다. “훗날 나이 들어 돌아봤을 때 ‘우리에게도 전설 같은 청춘이 있었지’ 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단다.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더 좋은 음악”이다. 지금 같은 열정을 주욱 쏟아붓는다면 정말로 전설 같은 걸작을 만들어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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